울지마라 너만 슬프냐
‘울지 마라/ 서러운 것은 너 뿐이 아니다/ 지는 꽃은 비명도 없이 고요하지 않더냐.
울지 마라/ 생각이 젖으면 마음도 젖고 눈도 젖는다/ 젖은 눈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생각해 보아라.’
시골 5일장에서는 물건만 파는 게 아니다.
검은 비닐봉투 속에는 물건과 함께 우리가 모르는 ‘장돌림’의 고단한 삶, 기구한 사연도 곁들여진다. 물론 따뜻한 인정과 풋풋한 미소는 덤이다.
시할머니 병수발 3년, 시어머니 병수발 5년에 떠나보내고 이제는 시아주머니 병수발을 한다는 두부장수 아주머니. 어미 없는 손자 녀석 과자값이라도 한다고 호박 여섯 개 들고 온 할머니.
IMF로 인한 부도와 가족해체, 더 이상 내려갈 곳 없이 가장 낮은 자리까지 떠밀린 저자는 아이들과 먹고 살기위해 5일장에서 화장품을 판다.
남이 버린 쓰레기까지 뒤져야 했던 저자는 장터에서 만난 이웃들의 가난하고 슬픈 속내를 꾸밈없이 써내려갔다.
어쩌면 절망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책은 절망 가운데서 피어나는 희망과 미래, 인정, 사랑을 이야기한다.
가난과 슬픔 때문에 오늘 당장 죽고 싶더라도 우리가 왜 용기를 읽지 않고 살아가야하는지 말하고 있다.
◇울지마라 너만 슬프냐/ 안효숙 글/ 변형신국판 200쪽/ 9,000원/ 책이있는풍경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