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8일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기사와 칼럼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두 신문의 최근 행태는 마약의 해악성과 심각성을 연상시킨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백만 대통령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 2층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두 신문의 보도 내용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가 통상 특정 신문의 논조나 표현에 반박할 경우 대변인이 논평하거나 청와대 브리핑에 반박글을 게재해온 관례와 달리, 홍보수석이 직접 TV 카메라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표'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대응 수위를 짐작할 수 있다.
청와대가 비판 대상으로 삼은 기사와 칼럼은 이날 조선일보 1면의 '계륵(鷄肋)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정치 분석 기사와 동아일보의 이날 '세금내기 아까운 '약탈정부''와 전날 '대통령만 모르는 '노무현 조크''라는 제목의 2개 칼럼이다.
▶ 청와대가 문제 삼은 동아일보 칼럼
▷세금 내기 아까운 ‘약탈 정부’
▷대통령만 모르는 ‘노무현 조크’
이 수석은 "(언론은) 사회의 목탁인가, 사회적 마약인가? 언론보도에는 금도가 있다"며 "오늘 우리는 금도에 벗어난 일부 언론의 사회적 일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조선일보는 오늘 1면 기사에서 국가원수를 먹은 음식에 비유를 했다. 차마 옮기기조차 민망하다. 그 천박한 메타포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동아일보는 논설위원 칼럼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약탈 정부'로 명명했고, '도둑정치'라는 표현도 썼다. 어제는 편집부국장 칼럼을 통해 출처불명의 유치한 농담을 전하면서 국가원수를 '저잣거리 안주'로 폄훼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기사 곳곳에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섬뜩한 증오의 감정이 깊이 묻어 있고, 해설이나 칼럼의 형식만 띄고 있을 뿐 '침뱉기'이다"며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이 수석은 특히 "두 신문의 최근 행태는 마약의 해악성과 심각성을 연상시킨다"며 질타하면서 "언론이 사회의 목탁으로서 기능하지 않고 사회적 마약처럼 향정신물질의 자극을 흉내내면 사회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한 비판은 얼마든지 겸허한 자세로 수용하겠다"며 "그러나 두 신문의 최근 모습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라고 주장했다.
이 수석은 "오로지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맹목적 증오의 감정 때문에 나라의 질서와 체면까지 구기면 안된다. 절제력을 잃고 선정적 제목 장사로 대통령과 정부를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행위를 계속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두 신문이 벌써부터 다음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게 아니라면 중립성과 균형성, 자제력을 발휘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이병완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일일상황점검회의의 논의를 거쳐 정리된 것이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별도 브리핑을 통해 "사실성, 객관성, 공정성이라는 언론보도의 기능을 넘어서는 언론 이하의 기사가 난무하고 있다는 판단이 있었고,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언론의 자유가 기본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언론의 본분에서 벗어나 자유를 남용하고 방종에 이른 상황까지 가는 건 심각한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