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희 씨(가명)는 M여행사 홈페이지를 통해 7월 15일부터 3박5일 일정의 싱가포르 여행 상품을 신청했다. 안씨는 여행사로부터 “4시 10분 비행기다. 출발 당일 3시까지 공항에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여행 당일 안 씨의 일행 중 한 명이 3시 30분경 공항에 도착했다. 이륙 시간은 40여분 정도 남아 있었다. 그런데 여행사 직원은 “3시 15분에 이미 티켓이 마감됐다”며 “비행기에 탈 수 없다”고 통보했다.
안 씨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항의하자, 여행사 직원은 “원래 10명 정원인데 12명을 모집했다”며 “10명을 모아도 그 인원이 다 오지 않기 때문에 초과해서 모집하는데 이번에는 다 와서 자리가 없다”고 털어놨다.
직원은 “방콕을 경유해서 가는 비행편이 5시 30분에 있기는 한데, 4시 50분이 돼 봐야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며 “기다리려면 기다려보라”고 말했다.
무늬만 ‘선택’, 옵션은 ‘필수’ 여행객 기만
이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다녀온 정영희 씨(가명)는 최종 목적지인 싱가포르 빈탄 섬에 들어가기 전 가이드에게서 “‘선택관광’을 예약해야 하니 돈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는 여행사 안내책자에 소개된 ‘크루즈’ 관광을 하고 싶었지만, 가이드는 “시티투어(트라이쇼, 리버보트) 하나밖에 안 된다. 다른 사람들도 다 이걸로 했다”며 신청을 종용했다.
정 씨는 울며겨자먹기로 ‘선택관광’ 비용으로 50달러를 지불했다. 정 씨는 나중에 “원치 않는 상품이라서 하고 싶지 않다”며 환불을 요구했지만, 가이드는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지금 취소하면 50%밖에 환불 안 된다”며 환불 요청을 일축했다. 정씨가 “그럼 언제 취소해야 100% 환불 되냐”고 물었더니 가이드는 당황해하며 자리를 피했다.
정씨는 “여행사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C여행사를 통해 중국 여행을 다녀온 신상희 씨도 ‘선택관광’ 강요에 기가 막혔다고 했다. 그는 “일정에도 없는 옵션 관광을 강요받았고, 더군다나 옵션 관광 시간을 만들기 위해 공식 관광일정을 단축시켰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묻지마 모객' '묻지마 투어'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이 급증하며 소비자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해외여행 피해구제는 총 343건이었다. 피해 유형별로는 ‘계약취소’ 건이 50.1%(172건)로 가장 많았고, ‘일정·숙박지 임의변경’ 23.3%(80건), ‘상해·질병’ 6.7%(23건), ‘항공권 미확보’ 4.1%(14건)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피해는 해외여행객이 들면서 해마다 더욱 극성이다. 올해도 정원보다 더 많은 인원을 모집한 뒤 여행 당일 항공권이 없다며 여행객을 헛걸음치게 하거나, 다른 여행 코스를 강요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여행지에서는 ‘선택관광’을 강요해 돈을 챙기는 등 구태도 여전하다.
이런 ‘묻지마 모객’ ‘묻지마 투어’는 대형 여행사라고 예외가 아니다.
M여행사 관계자는 ‘정원 초과 모객’에 대해 “모객할 경우 10명, 20명 제한해서 하지 않는다”며 “항공사나 호텔의 경우 취소되는 비율을 고려해 초과해서 모집하곤 하는데, 그런 걸 오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선택관광’에 대해서는 “여행객들의 수요가 제각각이어서 다 충족시킬 수 없고, 더구나 이동이 많아 (여러 옵션을) 다 제공할 수 없다”며 “옵션이나 시점에 따라 환불 규정이 다르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면 환불해 준다”고 말했다.
L여행사 관계자는 “항공사에서 여행사에 좌석을 배정하는데, 항공사에 사정이 생겨 좌석을 회수해 갈 경우 다른 지역을 경유해서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옵션 강요는 절대 하지 않는다”며 “가이드가 그럴 경우 일정 기간 손님을 받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 관계자는 ‘정원 초과 모객’에 대해 “여행객은 100% 환불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여행사로부터 50%의 배상도 받을 수 있다. ‘선택관광’도 돈을 냈더라도 원하지 않으면 100% 환불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당한 사례가 있을 경우 소비자보호원에 신고를 하면 구제받을 수 있다”며 “여행중 원치 않거나 부당하다고 느낄 경우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라”고 충고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