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정덕화(43) 감독은 27일 밤 우승 뒤풀이에서 왼손으로 축하 술잔을 받아야 했다. 오른손에 깁스를 하고 있어서였다.
정 감독은 26일 국민은행과의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아깝게 패한 뒤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라커룸에 있는 화이트보드를 주먹으로 쳐 뼈에 금이 갔다.
감독의 이런 모습에 삼성생명 선수들은 깜짝 놀랐지만 정신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즉효가 있었던지 다음 날 5차전에서 끈질긴 집중력을 보인 끝에 승리해 5년 만의 정상 등극으로 이어졌다.
최종 5차전에서 후배들을 이끌며 그 어느 때보다 투지를 불태운 이종애(31)와 박정은(29). 두 고참 선수는 “감독님 성격이 불같지만 뒤끝은 없다. 그 덕분에 다시 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종애와 박정은은 주부 선수. 이종애는 7년 연애 끝에 2002년 회사원 김태현(32) 씨와 결혼했고 박정은은 2004년 동갑내기 탤런트 한상진 씨와 화촉을 밝혔다.
남편의 따뜻한 외조는 큰 힘이 됐다. 이종애는 시어머니가 매일 주시는 레몬즙을 코칭스태프, 동료들과 나눠 마셨다. 우승에 목말랐던 박정은도 경기 때마다 체육관을 찾는 남편의 응원에 지칠 줄 모르고 뛰었다. 이들 커플은 우승 파티에서 기쁨을 함께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