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의 콤플렉스/다이 시지에 지음·용경식 옮김/392쪽·1만2000원·현대문학
21세기 돈키호테가 나타났다.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페미나상 2003년 수상작 ‘D의 콤플렉스’의 주인공 뮈오. 중국 고전문학을 전공했으나 우연히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고 정신분석학에 빠져 버린 중국 남자다.
이 책은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새내기 정신분석가 뮈오의 ‘첫사랑 구출작전’ 이야기다. 그의 첫사랑 후찬이 금지된 사진을 외국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투옥된 것. 게다가 담당 판사는 잔인하기로 소문난 D 판사다. 못생긴 숫총각이지만 기사도 정신으로 무장한 뮈오. 첫사랑을 구하기 위해 D 판사를 허물어뜨릴 비책을 찾기 위해 뛰어다닌다. D 판사는 처녀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한다! D 판사에게 상납할 처녀를 찾아 나선 뮈오. 그렇지만 처녀를 쉽게 만날 리 없다. 첫사랑 구출작전은 이제 처녀 찾기 여행이 된다.
여행길에서 만난 시골 중국인들은 정신분석을 해몽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지만 거래에는 놀라울 정도로 노회하다. 고생 끝에 만난 처녀는 중국을 떠날 궁리뿐이다.
돈키호테를 연상시키는 뮈오의 엉뚱한 모험 뒤에 숨어 있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에 물들어 가는 중국의 현실이다. 영화감독이기도 한 저자답게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와 장면 전환이 읽는 재미를 돋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