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PC방에서 열린 제품 설명회에서 행사 도우미가 최신 정보기술(IT) 기기들을 보여 주고 있다. 홍진환 기자
25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앞의 한 PC방.
경쾌한 댄스음악과 PC게임에서 나오는 다양한 효과음이 조화를 이루고 은은한 조명까지 어우러지면서 파티장을 연상케 했다.
이곳에선 PC 주변기기 제조업체 로지텍이 새로 나온 제품을 홍보하는 ‘체험 마케팅’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PC방에 온 손님들은 액정표시장치(LCD)가 달린 키보드, 무게중심이 이동되는 마우스 등 새 제품이 소개될 때마다 눈빛을 반짝인다. 일부 고객은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어 바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같은 시간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PC방에서는 모니터 제조업체 BTC정보통신의 신제품 품평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회사가 선보인 20인치 LCD 모니터는 컴퓨터-TV 전환기능에 적외선 통신까지 가능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PC방이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업체들은 목 좋은 PC방을 섭외하느라 신경전까지 벌인다.
홍익대 앞 PC방의 운영자 김진우(34) 씨는 “방학을 맞아 PC방 이용자가 평소의 두 배까지 늘자 공동 마케팅을 하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 현장서 아이디어 얻어 신제품 개발도
IT업체들이 PC방 마케팅을 선호하는 이유는 자신들만의 장점을 직접 고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고, 현장의 ‘따끈따끈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씩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기도 한다.
로지텍은 2년 전 단종됐던 마우스 ‘MX300’의 디자인을 살린 ‘G3’라는 제품을 다시 내놨다. “게임용 마우스 디자인을 되살려 달라”는 PC방 게이머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
세계적인 무선 헤드폰 전문 업체 자브라는 PC방 덕분에 새 사업 기회를 찾았다. 주로 휴대전화용 헤드폰을 생산하던 이 업체는 한국의 한 게임회사가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음성채팅을 즐기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제품 개발을 의뢰하자 즉시 개발에 착수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달 세계 최초의 게임전용 근거리 무선통신(블루투스) 헤드폰이 탄생했다.
PC방은 제품력은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에 중요한 마케팅 기회가 된다. PC방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 금방 시장 전체에 소문이 퍼진다.
○ 제품 알려서 좋고 고객 몰려 웃고 ‘윈윈’
업체들의 PC방 마케팅은 PC방 업소에도 반가운 일이다. 마케팅 장소로 선정되는 것 자체가 ‘시설 좋고 잘나가는 PC방’으로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 마케팅 행사를 앞둔 업체들은 최신 설비가 갖춰져 있고 유동인구도 많은 PC방을 우선적으로 섭외한다.
공짜로 좋은 제품을 써 보고 고객 반응을 살필 수 있다. 고객들의 취향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기기 선택은 업소의 ‘생사(生死)’까지 좌우한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3년째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종식(38) 씨는 “마음에 드는 키보드나 마우스가 없으면 나가 버리는 손님도 많다”며 “체험 행사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확인하는 것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