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다른 기관에서 연구비를 받고 쓴 논문을 두뇌한국(BK)21 사업의 실적으로 보고해 결과적으로 연구비를 이중으로 받은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 예산을 중복해 받은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김 부총리의 도덕성이 크게 추락하게 됐다.
김 부총리는 1999년 8월 다른 연구자 2명과 함께 서울시의회로부터 1830만 원 규모의 연구 용역을 받았으며,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에 따른 자치 입법적 대응방안’이란 제목의 150쪽짜리 연구보고서를 작성해 같은 해 12월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김 부총리는 2001년 2월 이 보고서를 ‘권한이양촉진법 제정에 따른 권한이양 절차의 변화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방안: 자치 입법적 대응을 중심으로’라는 20쪽짜리 논문으로 요약해 국민대 사회과학연구소의 학술지 ‘사회과학연구’에 게재했다.
김 부총리는 BK21 사업 최종 보고서에 이 논문을 실적으로 보고했다.
그는 또 BK21 사업 시작 전인 1998년 8월 한국지방정치학회보에 실린 ‘공익적 시민단체의 정책적 영향력에 관한 연구: 지방자치제도 관련 활동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2000년 2월 ‘사회과학연구’에 제목만 약간 바꿔 게재한 뒤 BK21 사업 보고서에 실적으로 올렸다.
이로써 김 부총리가 BK21 사업의 실적으로 보고한 논문 8편 가운데 절반인 4편이 이중 게재 및 이중 보고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일제히 성명을 내고 김 부총리의 도덕성 및 교육계 수장으로서의 자격 결함을 비판하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 3당도 김 부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퇴를 거론할 사안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김 부총리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