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 의혹에 이어 논문 중복 게재로 각계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28일 교육인적자원부 직원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방배동 교육인적자원연수원에 들어서고 있다. 김재명 기자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논문 표절 논란과 관련해 진보적인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김 부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비판론이 거세짐에 따라 청와대의 대응이 주목된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김 부총리 사퇴론과 관련해 “사실관계의 경중을 따져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근 민정수석비서관실을 통해 김 부총리의 논문 표절과 중복 게재 문제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여 “사퇴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교수 사회의 ‘관행’이었던 만큼 진퇴를 걸 만한 ‘비리’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 운영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김 부총리는 노 대통령이 고수하는 ‘코드인사’의 상징적 인물인 만큼 사퇴론에 떠밀려 경질할 경우 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 장악력은 급속도로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부 결론은 그렇지만, 청와대도 갈수록 거세지는 비판론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은 눈치다. 진보 성향의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까지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김 부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반발 기류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먼지떨이식’ 정치 공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청와대의 손을 들어줬으나 개별 의원들은 부정적이다.
최재천 의원은 “학계의 관행이라고 하기엔 교육부총리라는 자리가 너무 엄중하다”며 김 부총리의 ‘결단’을 촉구했다. 일부 의원은 “김근태 의장이 처음부터 ‘김병준 불가’ 의견을 청와대에 정확히 전달했어야 했다”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기류를 감안할 때 김 부총리의 거취는 아직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노 대통령은 당초 3·1절 골프 파문에 휩싸인 이해찬 국무총리를 유임시키려 했으나 여론의 끈질긴 경질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 거취 문제가 논란을 빚자 교육부 공무원들은 일손을 놓은 채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날 오전 김 부총리의 출근이 한동안 늦어지자 “사퇴가 임박한 것 아니냐”며 술렁이기도 했다.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교육인적자원연수원에서 김 부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과장급 이상 간부 워크숍도 맥이 빠진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 부총리는 “나 때문에 조직이 시끄럽게 돼서 미안하다. 열심히 잘하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교육부총리가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어려워진 상황인 만큼 본인은 물론 조직의 명예를 위해서 ‘결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