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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둑 텄으면 이 지경까진…”

입력 | 2006-07-29 03:20:00


“큰 둑이 무너진다.”

경기 안성시 가현동 수용촌 주민 이상복(65) 씨가 이웃의 고함을 들은 것은 오후 3시경이었다. 2층 옥상으로 올라간 이 씨의 눈앞에 보인 것은 흙이 섞여 검붉게 변한 조령천 물이 서서히 둑을 무너뜨리는 모습. 둑 위에 있던 길이 물속으로 흐물흐물 무너져 들어갔다.

이 씨는 가족과 서둘러 마을 밖으로 나갔다. 집을 빠져나올 때는 이미 물이 가슴까지 올라와 발을 내딛기가 힘들 정도였다.

마을을 S자형으로 둘러싸고 있는 2개의 둑 중 작은 둑이 무너진 시간이 낮 12시경.

가현동의 무너진 둑 옆에 사는 이재희(35) 씨는 “물이 불과 20여 분만에 마을에 가득 찼다”면서 “오후 4시경이 됐을 때는 이미 가옥들이 지붕만 남긴 상태였고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틀 동안 이 지역에만 323mm가 쏟아진 비도 비지만 안성시의 안일한 대처가 수해를 키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에 따르면 조령천의 제방 일부가 쓸려 내려가는 것을 보고 주민들이 안성시청에 이 사실을 신고한 것은 낮 12시경. 그러나 시청이 현장을 확인한 것은 오후 3시 반경이었다. 이에 대해 안성시는 이날 오후 3시 반에 처음 신고를 받고 즉각 출동했으나 손쓰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오전부터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노약자부터 안전지대로 대피시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집과 주민들이 안성평야에서 애써 키운 벼들은 물에 잠기고 말았다.

조령천 둑 붕괴 이후 복구 대책도 변변치 못했다. 시가 바위 등 응급 복구에 쓸 자재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

4시경에는 가현동 전체가 물에 잠겼지만 안성시는 한 시간이 지나서야 안성천 본류의 둑을 일부 터 이 지역의 물을 빼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시가 미리 비상대책을 세워뒀더라면, 즉각 둑을 터 주민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정은 평택시 통복천 일대도 비슷했다. 오후 3, 4시까지도 평택시에서는 “범람할 위험은 없는 듯하고 구멍은 작아 큰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오전부터 통복천 인근 저지대에서는 주택 30여 채와 상가 등이 하수구 역류로 이미 침수 피해를 보고 있었다.

안성=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