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에서 발생한 영아 냉동고 유기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유기된 두 영아의 유전자(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집주인 프랑스인 C(40) 씨의 유전자와 일치했다고 28일 밝혔다.
두 영아는 남아 쌍둥이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산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C 씨는 분석결과가 나오기 이틀 전인 26일 출국하면서 다음 달 28일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돌아올지는 불투명하다.
경찰은 27일 입국한 필리핀인 가정부 L 씨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L 씨의 유전자 검사를 다시 국과수에 의뢰해 유기된 두 영아의 유전자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29일 중 L 씨의 신병을 확보할 예정이다.
집주인 C 씨는 당초 한국인 지인을 통해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인물이어서 더욱 의혹이 짙다.
C 씨는 24일 “가족과 6월 29일 프랑스로 휴가를 떠났다가 혼자 돌아와 23일 오전 집안의 냉동고에서 영아 시체 2구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초동단계부터 C 씨가 용의자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C 씨가 집을 비운 사이 이 집을 드나든 프랑스인 친구 P(47) 씨와 이웃이 목격했다는 백인소녀 등을 쫓는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이 때문에 신고자인 C 씨가 “가족과 휴가를 즐기겠다”며 다시 프랑스로 출국하는 것도 막지 않았다.
경찰은 또 27일에는 필리핀인 가정부 L 씨도 C 씨 가족보다 이틀 먼저인 6월 27일 출국했다며 L 씨조차 유기된 영아와 관련성이 희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경찰은 C 씨의 집에서 혈흔이 발견됐고 숨진 영아를 싼 수건과 비닐봉지가 C 씨의 집에서 사용하던 것인 점을 들어 출산이 이 집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영아의 몸무게가 3kg이 넘는 것 등에 근거해 백인이거나 백인 혼혈일 것이라고 추정해왔다.
한편 경찰은 타월에서 발견된 모발과 화장실 베란다 등에 있는 혈흔은 누구의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집주인 C 씨는 자동차 부품회사에 근무하면서 부인, 2명의 아들과 함께 이 빌라에 살아왔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