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최수광(가명·39) 씨는 요즘 통장만 보면 심란하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은행에서 빌린 2억5000만 원 때문이다.
대출금리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매월 80만 원 하던 이자가 올해 초부터 100만 원이나 빠져나가고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대출금리가 연 평균 6%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동향’에 따르면 대출 평균 금리(신규 대출분 기준)는 연 5.98%로 전월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이는 2004년 6월 연 6.06% 이후 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상승세를 탄 금리
기업 대출금리도 평균 연 6.09%로 2004년 3월(연 6.13%)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평균 대출 금리는 연 6.21%에 이르면서 2004년 1월(6.2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23개월 만에 가장 높은 5.72%였다. 올해 들어 은행들의 대출경쟁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 1월 연 5.64%에서 2월 5.58%, 3월 5.46%, 4월 5.42%, 5월 5.41% 등으로 계속 하락하다가 6월 연 5.48%로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예금금리도 많이 올랐다. 순수 저축성 예금 평균 금리가 연 4.37%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2003년 2월(4.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왜 올랐을까?
최근 은행의 대출 및 예금금리 상승폭이 큰 것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융회사 간 초단기 대출금리인 콜금리를 잇달아 올렸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물가 불안을 우려해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네 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1.0%포인트 올렸다. 콜금리가 상승하면 회사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이어 예금 및 대출금리가 연쇄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특판 예금상품도 금리 인상에 일조했다. 은행들이 분기별로 점검을 받는 유동성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일시적으로 고금리 특판 예금 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중금리 수준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는 것.
금융연구원 박종규 연구위원은 “과거처럼 콜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수년 동안 유지돼 온 ‘저금리 기조’가 끝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