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국민대 교수 시절인 2001년 서울 성북구청에서 거액의 연구용역을 수주했으며 당시 진영호 성북구청장은 이 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30일 밝혀졌다. 김 부총리는 진 전 구청장의 지도교수였다.
김 부총리팀은 2001년 3∼8월 국민대를 관할하는 성북구청에서 ‘21세기 성북 비전을 위한 행정수요 조사’ 연구용역을 받아 9월 성북구청에 보고서를 냈다.
김 부총리가 소장이었던 국민대 지방자치연구소가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에 제출한 두뇌한국(BK)21 사업 보고 자료에 따르면 이 용역비는 1억500만 원이지만 김 부총리의 학진 이력서에는 4700만 원으로 기재돼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자치구의 용역비로는 매우 규모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진 전 구청장은 ‘지방행정 행정수요 파악 및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성북구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써 2002년 2월 국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같은 해 국민대 겸임교수로 위촉됐다. 그는 김 부총리팀의 보고서의 조사 통계표 등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거나 다른 통계 방식으로 처리했다.
그는 데이터의 출처를 ‘성북구청 행정수요 조사’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팀은 7월 16일부터 20여 일 동안 주민 1008명, 통반장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나 이 논문은 설문 시기를 10월로 적었다.
이에 대해 진 전 구청장은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했다.
본보는 김 부총리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노력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주호 제5정책조정위원장은 “지도교수가 제자가 장으로 있는 구청에서 연구용역을 받고, 이 용역을 토대로 한 논문을 통과시켜 준 것은 의심스러운 행동”이라며 김 부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김 부총리는 30일 “국회에 청문회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는 이 같은 요청을 일축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등은 이날 잇달아 성명을 내고 김 부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