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국무총리가 1일 논문파문에 휩싸인 김병준 교육 부총리의 거취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로 한 것을 두고 사실상 해임 건의를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총리실은 "결단의 내용이 어느 쪽이 될지는 현재로서는 단정할 수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법에 명시된 모든 권한이 포함될 것", "결심을 실행으로 옮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헌법에 명시된 해임 건의권 행사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형국이다.
총리실 관계자가 "김 부총리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이번 사안이 이미 정치적 이슈로 비화되면서 국정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다만 한 총리의 최종 결심은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 뒤에 발표하기로 해 절차적 명분도 확보하려는 의도인가 읽히고 있다.
다른 관계자도 "총리는 김 부총리 문제에 대해 고심을 거듭해왔으며, 이번 사안에 대해 수수방관자로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한 총리 역할론에 힘을 보탰다.
한 총리의 이 같은 행보는 여야를 불문하고 사퇴압박을 더해가는 정치권과 버티기를 시도중인 김 부총리 간 가파른 대립 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원만한 해결을 시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휴가중인 노무현 대통령의 공석을 메우게 된 국정 통할자로서 '해임 건의'라는 카드를 통해 '사퇴불가론'을 견지해 온 청와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사퇴 요구를 계속해온 여당에도 명분을 실어주는 해법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총리실 주변의 관측이다.
동시에 주요 현안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여줘 '책임총리'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하려는 포석도 담겨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총리실 차원에서 총리의 입장 표명 방침을 공식적으로 예고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당정청 간 조율이 뒷받침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한 총리는 30일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직접 만나는 한편 김근태 의장과 통화를 갖는 등 여당 지도부와 잇단 접촉을 갖고 당의 의견을 전달받고 이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여당 지도부와의 접촉에서 "당청 간 이견을 좁혀야 한다", "이번 사태가 여권 내 갈등으로 비쳐져선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총리가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사례는 지난 2003년 10월 고건 전 총리 시절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최낙정 당시 해수부 장관에 대해 행사한 것이 유일해 이번에 한 총리가 행사할 경우 두 번째 사례가 된다.
당시 최 전 장관은 취임 14일만에 낙마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