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에서 외교안보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한미동맹의 약화에 대해 우려와 고언(苦言)을 쏟아 내고 있다. 자유와 번영을 뒷받침해 온 한미동맹이 지난 3년 반 동안 비현실적인 자주외교 정책으로 크게 훼손됐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이제라도 한미동맹의 복원에 나서야 한다. 방치할 경우 국가 존립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대통령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 씨는 어제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부적으로 끓고 있던 한미관계의 균열과 동요가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정계, 외교가, 싱크탱크뿐 아니라 이제는 미군까지도 양국관계를 비관적으로 볼 정도라는 것이다.
그는 재임 중이던 2003년 6, 7월에 청와대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놓고 환수론자들과 책상을 치며 싸우기도 했다면서 “환수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자유민주 통일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씨도 지난주 한 강연에서 “한미동맹을 해체해 자주를 구가해도 외교적으로 고립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승주 전 주미대사도 “양국이 서로 상대방의 대북 접근이 틀렸다고 비난하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미 일각에선 2008년 이후엔 주한미군이 완전 철수하거나 소규모의 상징적인 부대만 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주한 미 공군이 한국에서 사격장을 못 구해 태국이나 알래스카에서 훈련하고 돌아오는 판이니 이런 얘기들이 나올 만도 하다.
대북문제에 대한 한미 인식의 차이부터 좁혀야 한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같은 온건파 인사가 “북한이 고립을 원하면 기꺼이 고립되게 할 것”이라고 하는 판에 우리만 북을 두둔해서 무얼 얻을 것인가. 1세기 전 대한제국이 처한 상황과 지금이 다른 점은 우리에겐 미국이라는 확실한 동맹이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조차도 대미관계 개선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왜 이 정권만 한미동맹을 흔들지 못해 안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