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6년간 모은 생활비를 고아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쾌척했다.
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공동체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은 이곳에서 생활하는 김군자(80·사진) 할머니가 31일 아름다운재단에 5000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는 2000년 8월에도 같은 재단에 5000만 원을 기부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나눔의 집이 추진 중인 전문요양시설 건립비로 1000만 원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번에 기부한 돈은 김 할머니가 6년 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은 월 85만 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을 거의 쓰지 않고 모은 것. 나눔의 집은 “입고 싶은 옷, 먹고 싶은 음식을 마다하고 김 할머니가 정성들여 모은 돈”이라고 설명했다.
강원 평창군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열일곱 살 때 일본군에 끌려가 중국에서 스무 살까지 위안부 생활을 겪었다. 광복과 함께 귀국한 뒤에는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1998년 나눔의 집에 정착했다.
최근 심한 관절염과 기관지염 등으로 제대로 걷지 못할 만큼 건강이 악화된 김 할머니는 “나도 부모 없이 자란 고아로 평소에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됐다”며 “아이들이 배움의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0년 기부금으로 혜택을 받은 아이들이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가끔 찾아온다”면서 “그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할머니처럼 남을 돕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또 한번 용기를 냈다”고 덧붙였다.
광주=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