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정선민은 최근 자신과 삼성 서장훈이 자주 비교되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했다.
지난주 삼성생명과의 여자프로농구(WKBL) 챔피언결정전 때는 기자회견에서 “여자 서장훈이란 얘기를 더는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장훈도 이런 분위기가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원하지 않아도 이들은 여러 모로 비슷하다.
우선 둘 다 1974년생으로 호랑이띠 동갑내기다. 포지션도 센터로 같다. 10년 넘게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한국 최고의 농구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서장훈은 연봉 4억7000만 원으로 김주성(동부)과 남자프로농구(KBL) 연봉 공동 1위이며 정선민은 1억6000만 원으로 WKBL 1위.
영리하고 달변인 것도 닮은꼴이다. 정선민은 조목조목 승인과 패인을 분석해 마치 감독 같다는 평가를 듣는다. 서장훈 역시 말재주가 뛰어나고 때로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적도 있다.
언론 보도와 누리꾼의 반응에도 민감하다. 돋보기를 들이댄 것처럼 집중적인 관심을 받다 보니 열성 팬과 안티 팬이 엇갈린다.
이들은 팀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대단하다. 간판선수인 만큼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때로는 감독과 선수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구단에선 신임 감독을 선임할 때 이들과의 관계를 고려한다. 삼성은 주희정 대신 KT&G 이정석을 받아들였고 5월에는 오리온스 김승현(서장훈과 절친한 사이)의 영입 작업을 했다. 국민은행 역시 정선민의 마산여고 후배로 10년 전 선경증권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금호생명 김지윤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서장훈은 지난 챔프전에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적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SK, 모비스 등에서 관심을 보였다. 정선민은 포스트시즌 들어 체력이 바닥나 출전시간을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어느덧 정상에서 한풀 꺾인 것도 닮았다.
묘하게 얽힌 이들의 앞으로 행보는 어떨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