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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그녀들’…10년전 대기업입사 대졸女 63% 중도하차

입력 | 2006-08-02 03:00:00


국내 10대 기업의 하나인 A사는 1996년 대졸 신입사원 571명을 뽑았다. 이 가운데 여성은 21명으로 3.7%에 불과했다.

10년이 지난 올해 상반기 이 회사가 채용한 대졸 신입사원 160명 가운데 여성은 45명(28%)이었다. 번듯한 직장을 얻는 여성 고급인력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다.

하지만 10년 전 입사한 A사 여성 21명 가운데 현재 남아 있는 직원은 14%(3명)로 남성의 54%(298명)가 회사에 남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여성의 신규 채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이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본보 취재팀은 1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전력공사 LG전자 삼성생명 SK㈜ 포스코 국민은행 GS칼텍스 기아자동차 등 매출액 기준 국내 10대 기업을 대상으로 10년 전 대졸 신입사원의 입사 및 퇴사 현황을 분석했다.

이번 조사 결과 10대 기업에 취업한 대졸 여성은 1996년의 연간 978명에서 올해 상반기 1231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신입사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11.1%에서 19.3%로 늘었다.

하지만 1996년 입사자 가운데 7월 말 현재 여전히 해당 회사에서 일하는 비율은 여성이 37.0%로 남성의 54.0%(남성 퇴사자 비율을 공개하지 않은 1개사는 제외)보다 훨씬 낮았다.

10대 기업에 남아 있는 10년차 대졸 여성의 직급은 △부·차장 3% △과장 58% △대리 39%였다. 반면 10년차 대졸 남성은 △부·차장 9% △과장 58% △대리 33%로 차장 이상 승진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뒤처졌다.

여성 인력의 중도 퇴사가 많으면 결국 여성의 경제적 지위를 떨어뜨리고, 숙련된 고급 여성 인력의 감소에 따른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특히 대학 신입생 가운데 여학생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고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에서 고급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기업들이 여성의 직장 유지율을 높여야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대졸 인력시장이 공급 과잉이어서 변화의 속도가 늦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상무는 “여성들 스스로도 직장생활을 한시적인 일로 여기지 말고 업무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