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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교육부총리 사퇴]“그 정도밖에” …“이 정도로는”

입력 | 2006-08-03 03:01:00


▼“그 정도밖에”… “金부총리 변명기회만 줬다” 한나라에 비난 화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간사인 임해규 의원은 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했다가 중진의원에게서 “잘들 좀 하라”는 핀잔을 들었다.

전날 김병준 부총리를 출석시킨 교육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논문 표절 의혹 등과 관련해 새로운 내용을 내놓지 못한 채 이미 세상에 다 알려진 사실들만 재탕 삼탕하는 등 부실 진행으로 김 부총리의 변명 자리만 만들어 주었다는 질책이었다.

한나라당은 김 부총리 파문 내내 당 지도부나 교육위 소속 의원들이 상황을 주도하지 못한 채 언론 보도만 따라가는 등 제1야당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당 안팎의 비판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오히려 여당 의원들이 준비를 더 철저히 한 것 같다”는 자조가 쏟아지고, 당 홈페이지에는 “교육위의 한나라당 의원들 수준은 유치원생 수준”, “이런 수준으로 정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해변에 놀러온 줄 착각하는 한나라당 의원들 때문에 김병준이 살아났다” 등의 비판적 의견이 많이 올랐다.

교육위를 열어 김 부총리에게 해명의 기회만 제공해 준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많다.

김 부총리가 지난달 30일 청문회 개최를 요구한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으면서도 정작 교육위 소집에 응하는 바람에 ‘사실상 청문회’를 수용하는 전략적 실수를 범했다는 것이다.

강재섭 대표는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원내 전략이 잘못됐다”며 김형오 원내대표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이 정도로는”…‘논문의혹’ 거론조차 안한 인사청문회 개편론▼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논문 표절, 논문 중복 게재 등 이른바 ‘5대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다 2일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지난달 18일 열렸던 김 부총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5대 의혹 중 단 한 가지도 거론되지 않았다.

1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김 부총리의 ‘5대 의혹’ 등을 다시 검증했지만 언론에 보도된 것을 재탕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인사청문회 때 도대체 뭘 했느냐”는 자성론과 함께 인사청문회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은 “국회에 의혹을 밝힐 조사권이나 수사의뢰권이 없고,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데서 보듯 대통령이 국회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아 국무위원 인사청문회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국회 인사청문회로는 검증이 힘들다. 임명권자가 사전에 검증해서 인사권을 행사하고 그에 대해 책임도 져야 한다”며 아예 인사청문회 무용론을 주장했다.

청문회 기간을 늘리거나 개인 비리 조사는 정부에 넘기고 국회 청문회는 가치관 검증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하루 만에 도덕성과 자질을 다 검증하라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미국처럼 몇 달에 걸쳐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내정자 개인에 대한 주변조사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등이 청문회 전에 실시해 내용을 국회에 통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무총리가 아닌 일반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는 올해 처음 도입돼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등 11명의 장관이 취임 전 국회의 검증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는 임명동의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어서 구속력이 없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