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일 일본 정부가 최근 동해의 방사성 폐기물 오염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통보를 해 왔다고 밝혔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통보 내용에는 구체적인 조사 대상 수역이나 시기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를 수용할지를 판단해 일본 정부에 전달할 필요가 없다는 게 한국 정부의 판단이다.
일본은 1995년부터 매년 8월 말∼9월 초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인 독도와 일본 오키(隱岐) 섬의 중간선 서쪽 독도 인근 수역에서 방사성 폐기물 오염 조사를 실시해 왔다. 조사 계획을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측 외교 소식통은 “한일 양국 간에 독도 주변에서 해양조사를 하기 전 상대편에 조사계획을 미리 알리는 ‘사전 통보제’를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지난달 한국의 해양조사선이 독도 주변에서 해류 조사를 하자 “양국 간 분쟁을 막기 위한 사전 통보제 실시를 협의하자”고 제안했으나 한국 정부는 응하지 않았다. 한국 측 EEZ에서의 해양조사는 주권 행사이므로 일본에 조사계획을 통보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다.
반 장관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우리 EEZ 내에서 해양조사를 실시하고자 할 경우 우리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분명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한일 간 독도 영유권 및 EEZ 경계 획정을 둘러싼 갈등 해소 방안을 마련하자는 일본의 요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은 “독도 주변 해양조사가 계속 양국 간의 문제가 될 수 있으니 EEZ 경계 획정 전 잠정적 체제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의했고 반 장관은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정부 관계자는 “아소 외상이 얘기한 ‘잠정적 체제’의 한 예가 사전 통보제”라며 “양국 간에 사전 통보제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아직 정해진 방침이 없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8일 일본을 방문해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아소 외상과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이 문제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