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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아빠 不在 시대

입력 | 2006-08-04 03:02:00


‘한국 아빠들이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조사대상 6개국 중 꼴찌’라는 일본 국립여성교육회관의 조사 결과에 가슴이 뜨끔한 아빠들이 많았을 것이다. 한국 아빠들은 아이들과 하루 평균 2.8시간을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같은 아시아권 국가인 태국(5.9시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놀라운 것은 이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다. “한국 아빠들이 하루 2.8시간이나 아이들과 지낸다고? 일주일에 2.8시간을 잘못 말한 것 아냐?”

▷공공장소에서 천방지축 나대는 아이가 많아진 것도 아빠 부재(不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아빠 없는 아이들은 엄마의 과잉보호를 받게 되고,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없는 아빠들은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관대해지다 보니 아이들의 버릇이 더 없어진다는 것이다. 일본 국립여성교육회관도 “아빠가 없는 한국과 일본 아이들은 얌전하게 밥 먹기와 같은 예의범절을 배우거나 자립심을 기르는 게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늦어진다”고 밝혔다.

▷아빠 부재의 이유로는 장시간 노동이 첫손에 꼽혔다. 일주일에 49시간 일하는 아빠의 비율이 한국과 일본의 경우 절반을 넘었다. 60시간 이상 일하는 비율은 한국이 가장 높았다. 여기에다 한국은 회식문화와 과도한 교육열, 인터넷 보급까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나친 교육열 때문에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학원 순례’를 하다 보니 아빠와 지낼 시간이 적고, 아빠들은 아이들의 학원비를 대느라 일에 매달리다 보니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부족한 악순환을 겪고 있다는 것.

▷“일주일만 정시퇴근 해봐라. 당장 사표를 쓰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 한국 아빠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아빠 부재는 가정 친화적이지 못한 기업 환경과 공교육의 실패 탓도 크다. 그래도 환경 탓만 할 수는 없다. 요즘 어린 자녀를 둔 직장인들 중에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일찍 귀가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육아데이’(매달 6일)를 실천하는 사람도 많다. 예로부터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아버지가 아침밥만 같이 먹어도 자녀는 달라진다”고 교육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