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이주는 아주 오래전 시작됐다.
세계 50명의 유전학자가 실시한 공동 연구에 따르면 인류는 6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부터 다양한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기후 변화에 떠밀려, 먹을 것을 찾아서, 살기 좋은 조건을 찾아서 이리저리 옮겨 다닌 결과다.
지난 5세기 동안 해외 이주는 대부분 노동자의 이동이었다. 자발적으로 옮긴 사람도 있었고 노예처럼 끌려간 사람도 있었다.
19세기 말∼20세기 초는 ‘이민 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에 없이 국경을 넘는 사람이 많았다. 이때의 이민은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됐다.
첫째는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가는 것. 다른 한 축은 주로 인도와 중국 출신의 아시아인이 열대 지방의 광산이나 농장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 뒤로도 해외 이민은 꾸준히 이뤄졌다. 그러다 경제 상황의 변화와 테러 위협의 증가로 이민이 줄기 시작했다. 특히 2001년 미국의 9·11테러 이후로는 이민이 급감했다.
미국만 문을 닫아건 게 아니었다. 아프리카에서 오는 불법 이민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스페인은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들을 가차 없이 추방한다. 프랑스에선 이민 자격을 강화하는 법이 만들어졌다.
이민과 불법 이민자 문제는 이제 전 세계 공통의 문제가 됐다. 유엔 회원국들은 9월에 열리는 총회에서 이민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깊이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이민자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이민을 택한다. 월급이 많은 나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나 월급이 많지 않은 나라가 이민자들을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다. 2005년 유엔 집계에 따르면 1억9000만 명의 이민자 가운데 1억1500만 명은 선진국에 거주했지만 나머지 7500만 명은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었다.
대륙별로 이민을 많이 가는 나라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나라는 어느 정도 구분된다. 유럽에선 EU에 가입하기 전의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가 대표적인 이민 수출국이었지만 지금은 새로 EU에 가입한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이 노동자 수출국으로 분류된다.
이민의 또 다른 이유는 인구 변화와 연관이 있다. 노령화에 따라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는 선진국들은 경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이민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에는 매년 5만여 명이 해외에서 들어오며 불법 이민자도 1만5000명에 이른다. 이들 없이 프랑스 경제의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
경제에 있어서 이민자의 중요성을 보자면 아랍에미리트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나라 정부는 지난해 외국 노동자의 체류 기간을 6년으로 제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1년 뒤인 올해 6월 상공회의소가 ‘경제 성장에 지장이 있다’며 정부에 재고를 요청했다.
종교와 문화, 사상이 다른 이민자가 늘면 이민자를 받아들인 사회에 해악이 생길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이민자들을 그 나라의 일원으로 동화시키는 데 힘을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립학교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민자의 자녀들은 그 나라 아이들과 똑같이 배우면서 자란다. 그러는 와중에 출신 배경과 성장 배경 사이에서 가치관의 충돌을 겪는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있었던 소요 사태는 이민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이민 2, 3세의 문제였다. 이들을 프랑스 사회에 완전히 동화시키는 데 실패한 학교 시스템에 우선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다른 나라들도 프랑스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학교 시스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