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일단 습관이 되면 그것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습관의 무서운 점은 이것뿐이 아니다. ‘習非成是(습비성시)’라는 말이 있다.
‘習’은 ‘익히다’라는 뜻이다. ‘習’은 ‘羽(깃 우)’와 ‘白(흰 백)’이 합쳐진 글자이다. 어린 새가 처음으로 나는 연습을 하는 과정을 보면, 날개를 수없이 파닥이며 날았다 떨어졌다를 반복한다. 날개를 파닥일 때마다 겨드랑이의 흰색이 드러난다. ‘習’은 이와 같이 날개깃이 흰빛을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반복의 과정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그러므로 ‘習’이 뜻하는 ‘익히다’는 반복을 의미한다. ‘學習’은 ‘배우고 익히다’라는 뜻이며, ‘練習’은 ‘익숙할 만큼 익히다’라는 뜻이다.
‘非’는 원래 ‘등지다, 배반하다’라는 뜻인데, 이로부터 ‘거짓, 나쁘다’라는 뜻이 나왔고, 다시 이로부터 ‘원망하다, 비난하다’라는 뜻이 나왔다. 여기에서는 ‘나쁜 것, 나쁜 행위’를 나타낸다. ‘非行(비행)’은 ‘나쁜 행위’라는 말이다. ‘成’은 ‘이루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達成(달성)’은 ‘도달하여 이룸’이라는 말이 되고, ‘成敗(성패)’는 ‘이룸과 무너짐’이라는 말이 된다. ‘成’은 ‘이루다’라는 의미에서 출발하여 ‘∼으로 이루어지다, ∼으로 갖추어지다’라는 의미도 갖는다. ‘是’는 ‘옳다, 바르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是非’는 ‘옳고 그름’이라는 말이 된다. 이를 정리하면 ‘習非成是’는 ‘나쁜 것을 습관으로 삼다보면, 나쁜 것이 옳은 것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이 말은 곧 ‘나쁜 것이 습관화되면 나쁜 것을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뜻이다.
습관은 이와 같이 거짓을 옳은 것으로 합리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게으른 사람은 게을러도 되는 이유를 찾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의 효용을 강조한다. 어떤 주장을 자주 하다보면 내용의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은 채, 자신의 주장을 무조건 옳게 여기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습관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