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단’이 ‘위트 앤 비트’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노리단
《그들은 다르지 않았다. 단지 또래와 뭔가 다른 것을 ‘하자’는 결심이 뚜렷할 뿐이었다. 4일 서울 문화일보홀에서 개막한 이색 퍼포먼스 ‘위트 앤 비트’ 무대에는 일반 배우 3명 외에 ‘노리단’ 단원인 5명의 자퇴생 출신 배우도 참가했다. 이 공연은 연극 음악 뮤지컬 요소를 결합한 무대로 9월 24일까지 열린다. 노리단은 대안학교의 하나인 ‘하자센터’의 공연 단체다. 이 공연에 참가한 5명 중 임동규(17) 군과 김태옥(20) 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두 사람은 다른 배우들과 함께 산업폐자재로 만든 악기를 두드리고 마임 등을 공연한다.》
○ 속멋 찾은 불량소년 임동규 군
임 군은 앳된 얼굴에 소년티가 가득했으나 어두운 과거가 있었다. 그는 방송사 특파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서 살다가 중학교 때 귀국한 뒤 세상의 기준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학교가 싫었어요. 배워야 할 것도 끝이 없어 늘 불안했어요.”
배우를 꿈꾼 그는 학교의 기준과 틀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밤에는 오토바이를 몰고 나가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부모의 가슴을 아프게 한 적도 있다.
“친구들과 휩쓸려 다니면서 술과 담배, 여자를 배웠어요. 혼자 뭘 했다기보다 그저 따라다니며 폼만 잡고 나쁜 짓을 했죠. 한심한 애죠?”
그는 대안학교를 취재했던 아버지의 권유로 하자센터에 들어와 길을 찾았다. 노리단 오디션에 합격해 공연 단원으로 활동하며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았던 것들을 배우기 시작한 것.
그는 “노리단은 다양한 사람으로 이뤄져 있다”며 “생각과 사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 차이점을 공유하며 절제와 책임, 그리고 꿈을 배운다”고 말했다.
○ 꿈을 찾은 외계소녀 김태옥 씨
김 씨는 중학교 시절 꿈틀대는 ‘자아’를 주체할 수 없었으나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학교에서 정해 주는 내가 아닌, 내가 정하고 만들어 가는 학교와 배움을 원했어요.”
김 씨는 고교에 진학하며 어머니에게 자퇴 의사를 조심스레 꺼냈다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어머니는 남들이 하는 대로 살라며 화를 내셨어요. 저도 소리를 지르며 대들었고. 그래서 1년 휴학하고 하자센터로 와서 연극을 하며 병원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았어요.”
그녀는 복학하던 날, 휴학사유란에 ‘정신질환’이라 적힌 것을 보고 하자센터로 돌아왔다. 단지 머리가 조금 아프고, 하고 싶은 것을 미치도록 하겠다는 마음뿐이었던 그녀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녀는 밤새워 미래를 설계하는 기획서를 썼고 하자센터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받았다. 그리고 노리단의 단원이 됐다.
“함께 학교 다녔던 친구들은 지금 대학생이 됐어요. 가끔 만나면 제게 ‘남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 불안하지 않으냐’고 묻곤 해요. 하지만 전 꿈을 찾았습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