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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논술잡기]동서양 사고방식 어떻게 다른가

입력 | 2006-08-05 03:00:00


◇생각의 지도/리처드 니스벳 지음·최인철 옮김/248쪽·1만2900원·김영사

파스칼은 저서 ‘팡세’에서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규정한다. 생각한다는 일은 인간을 여느 동물과 나누고 인간에게 존재 의미를 부여해 주는 중요한 특징이다. 놓쳐선 안 될 사항은 우리들의 생각 또한 사회화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와 닭과 풀이 그려진 3개의 그림 중에서 서로 관련된 2개를 묶는 과제를 생각해 보자. 미국의 어린이들은 같은 분류 체계에 속하는 소와 닭을 하나로 묶지만 중국의 어린이들은 소와 풀을 묶는 경향을 보인다. 한쪽이 동일한 규칙이 적용되는 ‘범주’라는 개념을 사용했다면 다른 한쪽은 서로의 ‘관계’에 근거한 방식을 사용한 까닭이다.

서양인들에게 세상은 사물로 구성된 집합체다. 그래서 그들은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그 사물을 포함한 범주와 이를 지배하는 규칙을 밝히려 한다. 서양 아이들이 명사를 먼저 배우는 것도, 범주는 명사를 통해 표현된다는 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반면 동양인은 수없이 많은 관련 요인과 전체 맥락 속에서 사물을 파악하려 한다. 그리고 사물들의 관계는 동사에 의해 표현된다. 중국어나 일본어, 한국어에서 동사가 문장의 처음이나 맨 마지막에 오는 것도 그 위치가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분명 ‘차’를 마시고 있기에 동양인들은 ‘더 마실래?(Drink more?)’라고 묻는다. 하지만 ‘마시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에 서양인들은 ‘차 더 할래?(More tea?)’라고 묻는다. 명사냐 혹은 동사냐를 넘어 언어적 차이는 이처럼 사고 과정의 차이를 반영한다.

이 책은 어느 면에서 ‘서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지도의 효용이 그렇듯 우리의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낯선 곳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일러준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와 추리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두 문화가 어떤 면에서 얼마만큼 차이가 있는지, 그 기원과 전망은 어떤지를 세세하고 분명하게 보여 준다.

어쩌면 서양인이 외부자의 시선으로 쓴 이 책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왜 노사갈등이 깊어지는지, 또 동반자살은 왜 그리 많고, 지역 간의 갈등도 왜 끊이지 않는지 우리 사회의 현안을 설명해 줄 듯도 하다. 우리들의 생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틀을 통해 이루어졌는지를 아는 일은 문제를 풀고 대안을 마련할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