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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휴가단축…‘전임자 봉변’ 참고했나

입력 | 2006-08-05 03:00:00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3일부터 10일간의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취임 후 매년 3, 4주의 장기휴가를 즐겼던 관행을 깬 것.

그가 쉬는 데 관심을 잃었을 리는 없다. 레바논, 쿠바 사태 등으로 대외 정세가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장기휴가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거셌기 때문에 휴가를 줄였을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USA투데이지는 4일자에서 역대 미국 대통령이 휴가지에서도 마음 놓고 쉴 수 없었던 ‘불행한’ 사례를 모아 소개했다.

부시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대통령도 ‘사태 파악’을 못하고 휴가를 떠났다가 비난을 받았던 점에서 아들과 비슷하다. 그는 1990년 8월 걸프전쟁을 앞두고 미군의 걸프 만 배치가 한창이던 때 메인 주 별장에서 골프와 낚시를 즐기다가 눈총을 받았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중 한 명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도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중 워싱턴 근교 농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부상병과 그 가족의 항의를 들어야만 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8년 8월 부인 힐러리 씨와 함께 매사추세츠 주 휴양지를 찾았으나 소파에서 잠을 자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당시 모니카 르윈스키 성추문 사실을 인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2층 침실에서 쫓겨난 것이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1979년 8월 20일 조지아 주의 플레인스에서 낚시를 즐기다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대형 토끼의 공격을 받고 혼비백산했다. 당시 언론은 그가 ‘킬러 토끼’를 격퇴했다고 전했다.

캘빈 쿨리지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인 1923년 8월 2일 버몬트 주 가족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당시 집권 중이던 워런 하딩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접했다. 즉각 대통령 직을 승계해야 했던 그는 휴가지에서 아버지를 공증인으로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5년 9월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골프휴가를 즐기다가 심장발작을 일으켜 7주간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더욱 안 좋은 ‘휴가 운(運)’으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있다. 그는 1945년 4월 조지아 주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별세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