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4일 테러 전쟁 내란 등이 발생한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 사용을 금지하거나 체류 및 방문을 금지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여권법 개정안 처리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기독교 비정부기구(NGO)인 아시아협력기구(IACD) 주도로 한국인 927명이 ‘2006 아프가니스탄 평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테러가 벌어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법 목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여권법 개정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여야 모두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여권법 개정안은 외교통상부 장관이 기간을 정해 위험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 사용을 금지하거나 체류 및 방문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영주(永住), 취재 보도, 긴급한 인도적 사유, 공무 등 외교부 장관이 인정하는 때에는 여권의 사용과 체류 및 방문이 허용된다.
개정안에 대해 일각에선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여행 및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김선일 씨 피살사건처럼 위험 지역에서의 국민 피해가 국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본권 제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협의해 행사 참석차 아프가니스탄에 간 한국인 927명 전원을 개인 희망에 따라 5일까지 인근 국가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제공한 특별기편으로 4일 400여 명이 1차로 카불을 떠나 북부 마자르이샤리프와 서부 헤라트로 이동했다. 이들은 입국할 때와 마찬가지로 육로를 통해 출국할 것이라고 한 한국 관리가 말했다. 카불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5일 중 비행기를 이용해 카불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IACD 측에선 행사 참석자가 1400여 명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지금까지 현지 한국대사관과 IACD가 공동으로 파악한 참석자는 927명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또 정부 당국자는 “인도에서 항공사의 탑승 거부로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하지 못한 한국인 300여 명 중 일부가 ‘행사를 방해한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소송을 한다면 그 대상은 무리하게 행사를 추진한 IACD가 돼야 한다”고 했다.
부모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에 간 한국인 어린이 30여 명이 최근 고열 설사 등의 증세를 보였으나 이 가운데 20여 명은 행사 참석차 아프가니스탄에 간 의사들의 진료로 회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