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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원대 ‘황금알’ 옥외광고물 운영 새 주체는?

입력 | 2006-08-07 03:07:00


《전국 주요 도로변에 설치된 옥외광고물의 운영권을 둘러싸고 체육계와 광고업계, 행정기관들이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옥외광고물에 대해 2003년 열린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조직위원회에 운영권을 줬던 특별법인 ‘제22회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지원법’ 기한이 올해 말로 만료되면서 ‘운영권의 주체’를 다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각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반영한 법안이 발의됐거나 또는 발의 준비 중이어서 관련 단체들의 물밑 싸움은 의원들의 ‘대리전’ 양상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 체육계 “계속 우리가”

고속도로나 간선도로를 지나면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광고판 대부분은 대구 U대회 조직위가 대회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법에 따라 설치했다.

조직위가 광고사업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한 법의 시한이 올해 말로 끝나면 운영권도 종료되는 만큼 새 운영자를 찾지 않으면 광고판을 다 철거해야 한다.

그러나 광고 효과가 높아 광고주인 기업들이 철거를 원하지 않는 데다 운영권자는 수백억 원의 수익금을 ‘앉아서’ 챙길 수 있어 운영권을 놓고 여러 기관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 U대회 조직위는 2002년 이후 올해까지 총 579억 원의 수익을 챙겼을 정도다.

도로변 옥외광고물은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와 1988년 올림픽대회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처음으로 설치된 뒤 줄곧 체육계에서 운영해 왔다. 법의 시한이 종료될 때마다 국제대회 조직위원회나 체육단체가 로비전을 벌여 또 다른 특별법을 만드는 방식으로 사업을 지속시켜 온 것.

체육계는 이런 전례를 들어 우선권을 주장하고 있다.

○ 광고업계-지자체 “이젠 우리 몫”

옥외광고협회는 “광고와 상관없는 체육단체가 그동안 수익금을 독식해 왔다”면서 “이번에 운영권을 가져오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형수 옥외광고협회장은 “옥외광고를 만드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 협회 회원인 만큼 광고물과 수익금 관리를 협회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도 경쟁에 끼어들었다. 광고허가권만 있을 뿐 수익금 혜택은 없는 기초자치단체들은 광고 및 수익의 관리·운영권을 자신들에게 이관해 줄 것을 행정자치부에 건의하고 있다.

○ 정치권과 정부도 의견 엇갈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는 각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대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거나 준비 중이다.

현재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옥외광고를 통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각각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정병국(한나라당) 의원과 이광철(열린우리당) 의원 대표 발의로 문광위에 계류 중이다.

반면 손봉숙(민주당) 의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수수료 또는 부담금을 징수해 옥외광고 진흥 및 공간문화 개선에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체육단체의 감독기관인 문화관광부는 ‘수익금의 일부를 도시 경관 조성에 지원한다’는 조건을 들어 체육단체의 옥외광고사업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행자부는 특별법 광고물도 행자부 소관법률인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역대 특별법 옥외광고사업 운영권자 및 기금 조성액 (단위: 원)기관사업기간조성액서울올림픽대회조직위1984년 9월∼1989년 4월265억국민체육진흥공단1989년 4월∼1998년 12월819억대전엑스포조직위1993년 1월∼1995년 11월60억부산아시아대회조직위1999년 1월∼2003년 1월565억동계U/아시아대회조직위1999년 1월∼2000년 12월65억월드컵대회조직위2000년 1월∼2003년 6월152억대구U대회조직위2002년 1월∼2004년 12월282억2005년 1월∼2006년 12월297억자료: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