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학숙제를 한다는 아이들을 데리고 경남 합천 해인사에 갔다. 1970년대 수학여행 기억을 떠올리며 참으로 오랜만에 가본 해인사였는데 마침 방학을 맞아 여행 온 중고등학생이 많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선조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숙연한 자세로 감상하며 느끼는 게 아니라 왁자지껄 떠들며 하나같이 그냥 휘 둘러보고, 장난치며 돌아다녔다. 문화유산해설사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이 큰 도움이 됐지만 부끄럽게도 우리 애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계단 하나하나도 뜻을 담아 만들어 놓았고, 하다못해 이런저런 책을 읽어 보고 오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자세는 기본부터가 아니었다.
산교육을 하라고 방학숙제도 내주고 현장학습보고서도 쓰라고 학교에서 과제를 내주는 건데 학생들은 그저 숙제용 증거제출용 사진만 찍느라 바빴다.
집으로 돌아오며 아이들을 어떻게 다시 가르쳐야 할지, 역사 공부는 어떻게 시켜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됐다.
신은영 경기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