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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공종식]‘뉴욕 OFF’ 그후 3년… 그들이 달라졌다

입력 | 2006-08-07 03:07:00


2003년 8월 14일 뉴욕은 ‘암흑의 도시’였다.

밤이 됐지만 휘황찬란한 야경은 간 데 없고,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유일한 빛이었다. 대규모 정전사태가 뉴욕을 포함해 미국 동부를 덮쳤기 때문이었다.

오하이오 주의 한 고압 송전선이 과부하로 기능이 중단돼 거미줄처럼 연결된 미국 동부지역의 전력망이 일시에 무력화되면서 빚어진 결과였다. 전력이 복구되기까지 29시간 동안 뉴욕은 모든 기능이 마비된 죽은 도시였다.

2006년 8월 첫째 주, 기록적인 폭염이 뉴욕을 강타했다. 37.8도(화씨 10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계속됐다. 뉴욕 시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전력 사용 급증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역에 따라 일부 가정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다. 그러나 당초 우려했던 대규모 정전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3년 사이에 뭐가 달라진 걸까?

현지 언론은 “뉴욕 시가 2003년의 정전사태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욕 시가 폭염을 가장 큰 위협 요소로 보고 이에 대비한 매뉴얼을 만든 것이다. 자체 발전기를 확보한 시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정리했고, 전기를 많이 쓰는 회사와의 비상연락망도 정비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다가오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1일 취임 후 처음으로 폭염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그동안 준비해 온 조치를 실행했다.

경찰과 소방공무원들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자체 발전기를 확보하고 있는 시설은 이를 쓰도록 했다. 기업들도 엘리베이터 운행 대수를 줄이고 조명을 어둡게 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블룸버그 시장이 전력 사용 자제를 요청하고 폭염 대비 비상대책을 본격 가동하면서 전력 사용량이 정체된 것이다. 물론 기온은 더 올라갔다. 이틀 뒤인 3일에도 온도는 더 올라갔지만 전력 사용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작전 성공’이었다.

한국도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에어컨 사용 급증으로 전력 공급이 불안해진다. 만약 뉴욕처럼 기록적인 폭염이 한국을 강타하고, 여기에 전력 공급 사정마저 충분하지 않을 때 어떤 비상 대비책이 서 있는지 궁금하다.

공종식 뉴욕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