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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충식]선장(船長)

입력 | 2006-08-08 03:00:00


선원들은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날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악천후를 부르는 입방정이 될까 두려워서다. 휘파람도 불지 않는다. 바람을 부른다고 생각해서다. 생선을 먹을 때는 결코 뒤집어서 파먹지 않는다. 가운데 뼈를 들어내고 한 방향으로만 먹는다. 배가 전복된다는 암시를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를 태우면 안 된다던 미신은 이제 사라졌다. 과학과 위성이 재앙을 막는다고 믿고, 장기 승선 때는 아내를 태워 주기도 한다.

▷선장석(船長席)은 아무나 앉지 못하는 성역이다. 최고책임자요, ‘왕’인 선장의 자리는 장난으로라도 걸터앉을 수 없다. 배 안의 위계질서는 그만큼 중요하다. 선상반란이라도 나면 선원 모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에 선장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선장은 법적으로 지휘명령권, 징계권에다 사법경찰권을 갖고, 심지어 사망자를 수장(水葬)할 수 있는 권리도 쥐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호(號)’에 “바깥의 ‘좋은 선장’이 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 후보 인물난이 배경이다. 좋은 선장이란 리더십과 전문성이 기본인데, 선장감이 누군지 궁금하다. 선장은 막강한 권한 못지않게 무거운 의무도 지고 있다. 출항부터 입항 절차가 완벽하게 끝날 때까지 배 안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재선(在船) 의무, 위험이 닥칠 때 목숨을 걸고 갑판에서 직접 지휘해야 하는 위험 대처 및 지휘 의무 등이 그것이다.

▷조타실에서는 앞만 볼 뿐 돌아서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돌아서면 배 앞에 펼쳐질지 모를 돌발 상황을 놓치기 때문이다. 반바지, 슬리퍼도 엄금한다. 반바지 차림은 고열 파이프에 화상을 입을 수 있고, 슬리퍼는 위급 상황에서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밤에는 조타실의 불빛을 죽인다. 내부가 밝으면 바깥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여당의 ‘좋은 선장’이 밖에서 나오고 대선에서 통할지는 모르겠다. 만약에 나온다면 노 대통령과 동류(同類)일 가능성은 적지 않을까. 노 정권 사람들이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데 국민은 지치고 화나 있으니.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