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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윤상호]‘환수’도 맞고 ‘단독행사’도 맞다?

입력 | 2006-08-08 03:00:00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가 초미의 안보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 문제는 한반도 안보상황과 한미동맹의 대변화를 초래할 중대 사안이다. 특히 역대 국방부 장관들까지 전시작전권 환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불안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예정대로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때 전시작전권 환수를 위한 로드맵에 합의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전시작전권이 환수되더라도 한미 협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시작전권 환수 진행 과정을 보면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이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민주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막상 전쟁이 나면 국군 지휘권도 한국 대통령이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이어 노 대통령은 10차례의 공식석상에서 ‘자주군대’의 첩경으로 전시작전권의 환수를 강조했다.
국방부가 서둘러 전시작전권 환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표현 문제부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국방부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전시작전권을 한미 양국이 절반씩 행사하는데 빼앗긴 것을 찾아오는 듯한 ‘환수’라는 표현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단독행사’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기자들이 “노 대통령은 전시작전권을 빼앗긴 군사주권을 되찾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구체적인 언급을 삼간 채 “환수는 틀린 표현이니 앞으로 언론도 단독행사로 써 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일부 언론은 이를 받아들여 환수 대신 단독행사로 표현했다.
노 대통령은 이후에도 ‘환수’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했다. 혼란에 빠진 기자들이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다시 물었지만 국방부는 “환수도 맞고 단독행사도 맞다”고 말을 바꿨다. 역대 국방부 장관들도 2일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단독행사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전시작전권 환수 졸속 추진에 대한 군 안팎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국방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전시작전권 환수가 아니라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일이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