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역시 힘이 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달 26일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20선’(이하 ‘삼성 리스트’)을 발표한 뒤 출판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삼성 리스트에 오른 책들의 판매율이 평균 50% 넘게 올랐고 일부 서점에서는 삼성 리스트 20선을 아예 세트로 묶어 판매할 정도다. 대부분의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 리스트를 중심으로 특별 행사를 하고 있다.
교보문고가 7월 26일∼8월 1일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를 집계한 결과 삼성 리스트 20선 중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든 책은 총 15종. 이 가운데 ‘깨진 유리창 법칙’(50위), ‘사장으로 산다는 것’(57위) 등 6종은 삼성경제연구소의 리스트 발표 직후 100위 안에 새로 진입했다.
예전부터 100위 안에 들었던 책 9종도 순위가 상승했다. ‘경제학 콘서트’(웅진씽크빅)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 이후 종합 순위 32위에서 9위로 뛰어올랐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도 8위에서 4위로, ‘핑’도 49위에서 31위로 각각 올랐다.
웅진씽크빅 인문교양팀 김형보 팀장은 “2월 출간된 ‘경제학 콘서트’가 6월 들어 20∼30위권으로 하락하는 추세였는데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 이후 판매가 2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경제학 콘서트’의 순위가 유난히 가파르게 상승한 이유는 삼성 리스트의 첫 줄에 나온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측은 “부작용을 우려해 순위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지만, 리스트의 첫 줄을 곧 1위로 해석한 독자들의 선택이 늘고 있다는 것이 출판계의 분석이다.
삼성 리스트 중 자기계발서는 ‘마시멜로 이야기’ ‘인생수업’ ‘핑’ 등 기존 베스트셀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석진 수석연구원은 “내년부터는 설문조사에 의거해 시류를 탄 베스트셀러를 발표하는 대신, 연구소가 직접 책을 선정해 추천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