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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안드레스]‘포스트 카스트로’ 쿠바에 맡겨라

입력 | 2006-08-08 03:00:00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와 미국에 망명한 쿠바인 사회의 지도자들은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동생 라울 국방장관에게 권력을 넘겨준 결정에 대해 적대적인 발언을 피해야 한다. 나는 쿠바 출신의 저명한 ‘반역자’ 중 한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이 점을 확신하게 됐다.

2일 밤 나는 오스왈도 파야 씨를 만났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쿠바에서 민주적 자유를 위한 국민투표를 주장하며 2만5000명의 서명운동을 주도했던 기독교자유운동의 지도자다.

파야 씨는 “카스트로의 권력 이양은 한 시대를 종식시킬 수 있는 새로운 상황이며 일반 국민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도 정부와 일체감을 느끼는 국민이 많기 때문에 내부의 분위기는 조심스럽고 평온하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대응에 대해 묻자 그는 미 정부의 조심스럽고 신중한 처신을 칭찬했다. 하지만 2일 마이애미 출신의 링컨 디아스발라르트(공화당) 상원의원이 “드디어 쿠바에 시민저항과 불복종 운동의 시기가 왔다”고 말한 것이나 최근 부시 행정부의 ‘자유쿠바 지원위원회’가 펴낸 ‘카스트로 이후의 쿠바’에 대비한 미국의 계획 요약보고서에서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평가했다.

먼저 쿠바에 대한 내정 간섭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려 한다는 ‘신화’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쿠바 정권에 구실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쿠바는 매우 복잡하고 긴박한 상황”이며 그래서 “미국의 메시지는 미국이 쿠바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개입할 의도도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태의 진행은 절대적으로 쿠바인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야 씨는 디아스발라르트 의원의 발언을 놓고 “미국 국내의 정치적 논쟁에는 개입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외국 의원이 쿠바인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내정 간섭이며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생각에 미국은 좋은 의도를 갖고 있지만 쿠바의 변화를 주도할 역할이 미국에 있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쿠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할지를 결정하는 위원회나 만드는 것은 미국의 역할이 아니다. 미국이 해야 할 일은 쿠바인들이 진정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도와달라고 할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나는 파야 씨에게 “‘자유를 사랑하는 국민을 어디서나 돕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시기가 있다”고 대답했다. 지금은 고요함과 불간섭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야 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라고 말했다. 정부의 탄압은 충돌을 낳고 그것이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모르는 과정의 시작이 될지 모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별도의 전화 인터뷰에서 쿠바 공산당의 창건자인 블라스 로카의 아들이며 저명한 온건반체제 인사인 블라디미로 로카 씨도 “부시 행정부와 망명 쿠바인 지도자들은 긍정적이고 위협적이지 않은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나의 결론도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여론조사 결과 대부분의 쿠바 망명자들이 복수나 경제적 보상은 바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많은 본토인은 체제 선전의 세례를 받은 탓에 아직도 자신들을 미국의 위협의 잠재적 희생자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미국 정부나 11월 선거를 앞두고 유리한 이슈를 찾는 마이애미의 정치가들이 내는 위협적인 ‘소음’은 카스트로 의장을 오히려 유리하게 만들 뿐이다.

안드레스 오펜하이머 마이애미헤럴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