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올림픽대로 잠실주경기장 부근에는 ‘세계 농구의 별들이 몰려온다’는 제목의 깃발이 연이어 세워져 있다.
11일부터 시작되는 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를 알리는 내용.
이 대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농구 종주국 미국, 유럽의 강호 리투아니아, 이탈리아, 그리고 터키가 출전한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들의 화려한 개인기를 처음으로 국내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이 뜨겁다. 미국-리투아니아전과 한국-이탈리아전 2경기를 볼 수 있는 13일, 승부를 떠나 빅 카드로 꼽히는 15일 한국-미국전 입장권의 예매율은 이미 80%를 넘었다. 대회 관계자들은 공짜 표를 구해 달라는 민원에 시달리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국내 농구 코트의 현실을 감안하면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호재에도 농구 열기를 다시 달아오르게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지원금 문제로 갈등을 빚은 대한농구협회(KBA)와 한국농구연맹(KBL)이 어정쩡한 거리를 둬 홍보와 대회 준비에 힘을 합치지 않고 있어서다.
이 대회는 KBA에서 주관하고 있어 KBL은 남의 잔치에 들러리를 서는 것 같은 입장인 게 사실. 이 때문인지 KBL은 대표 선수들의 뒷바라지와 지원에 나 몰라라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 회식비 명목의 격려금을 전달했을 뿐 어떤 당근도 없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 16명 가운데 12명이 KBL 소속의 프로 선수다.
KBA도 KBL에 간섭을 받거나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겠다는 태도.
이런 가운데 대표팀은 태릉선수촌에서 힘겹게 훈련을 하고 있다. 빨간색과 흰색 조합의 유니폼이 촌스럽다는 지적이 많아 이 대회부터 새 유니폼으로 교체하기로 했는데 이마저도 무산돼 사기가 떨어졌다. 올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앞두고 선수들을 초청해 유니폼 발표회까지 했다는 프로야구 정도는 바라지도 않는다.
세계적인 강팀들과 맞서 30∼40점 차 완패라도 하면 망신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부담감도 크다. 복 더위에 흘리는 농구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땀방울만 안쓰러워 보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