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인이 아니라 한국사람 같다.”
거스 히딩크, 요하네스 본프레러,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 이은 네 번째 네덜란드 출신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핌 베어벡(사진).
수년 동안 대표팀에서 그를 지켜본 김현철 주치의는 “베어벡 감독은 이전 네덜란드 감독들과 다르다. 무척 한국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네덜란드인은 어떤 사람일까.
히딩크 전 감독은 언젠가 “너희가 네덜란드인을 아느냐”는 질문을 던진 뒤 스스로 답했다.
“네덜란드인은 온몸을 깁스로 뒤덮고 있더라도 자기 앞에 10원짜리 동전 하나가 떨어져 있으면 몸을 던져 입으로 물어서라도 그 돈을 줍는 사람”이라고.
해수면보다 낮은 국토를 피나는 간척산업을 통해 새 땅으로 만든 네덜란드는 살아남기 위해 세계를 상대로 무역을 하고 장사를 했다.
‘토털사커’를 창시하고 수많은 축구지도자를 세계로 수출하는 네덜란드 축구도 마찬가지다. 대표팀 스태프들은 베어벡 감독이 커피 값을 내는 유일한 감독이라고들 말한다. 전 감독들은 스태프들과 커피 한잔을 하더라도 네덜란드인답게(?) 대부분 ‘더치페이’를 했다. 하지만 그가 ‘한국사람’이라고 불리는 것은 누구보다도 한국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
이원재 미디어 담당관은 “히딩크 등 예전 감독들은 한국의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화를 내곤 했다. 그때마다 베어벡 당시 코치는 ‘한국의 문화에선 선후배 관계도 중요하다’며 한참 설득했다”고 말한다.
대표팀 전한진 차장은 “예전 감독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었다면 베어벡 감독은 좀 더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말한다. 협회나 선수들에게 요구사항이 있어도 상황과 타이밍을 보면서 치밀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한다고.
박일기 통역은 “베어벡 감독은 축구 외적인 부분까지 꼼꼼히 챙긴다”며 “지인들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선수들이 구단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도 체크한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은 김치찌개와 비빔밥을 즐긴다. 골프도 안 치고 가끔 DVD로 영화를 즐기는 게 취미의 전부다.
하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네덜란드인.
박 씨도 “상대방을 배려하긴 하지만 빙 둘러 얘기하지는 않는다. 무척 직선적이다”라고 했다.
한국 문화를 이해하며 네덜란드의 장점을 접목한다면 한국 축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까. 한국 축구를 네덜란드처럼 선진 축구로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베어벡 감독의 숙제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