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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큰손들 “한국만큼 짭짤한 임대수익 거둘 곳 없다”

입력 | 2006-08-11 03:00:00


#1

독일계 도이치자산운용은 최근 서울에 ‘리프(RREEF)’라는 부동산 투자본부를 차렸다. 이 회사는 빌딩 매입에 3년간 8억 달러(약 7600억 원)를 쏟아 부을 예정이다. 회사가 예상하는 연간 수익률은 9%로 정기예금 금리의 2배 수준이다.

#2

아남건설은 올해 안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남타워를 매각할 예정이다. 인수전에 뛰어든 6개 업체 중 외국계가 절반 이상. 3, 4년 전부터 외국 자본의 한국 내 빌딩 매입이 주춤한 것을 고려할 때 아남타워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국계 ‘큰손’들의 ‘한국 빌딩 사들이기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서울 주요 지역의 사무실 공급이 줄어 수익성이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외환위기 직후보다 투자수익률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서 한국만큼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는 부동산시장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 외국계, 잇따라 국내 빌딩 매입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GE의 부동산금융회사인 GERE는 올 상반기(1∼6월)에 서울 중구 다동 한외빌딩과 중구 소공동 삼화빌딩을 각각 400억 원 안팎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메릴린치증권은 중구 충무로3가 대원빌딩을 480억 원에, 모건스탠리 계열의 MSPK는 서초구 양재동 트러스트타워를 868억 원에 매입했다.

리프는 중구 서소문동 명지빌딩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實査)를 벌이고 있다. 빌딩 가격은 26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부동산 업계는 올해 외국 자본이 사들이는 빌딩이 모두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문사인 교보리얼코 정원구 팀장은 “외국 자본들은 일본 유럽 등 금리가 낮은 지역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입찰 경쟁에서 국내 업체와 맞붙었을 때 더 높은 가격을 써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사무실은 씨가 말랐다

외국계 회사들이 국내 빌딩 매입을 노리는 이유는 짭짤한 임대수익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자문사인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과 종로구 세종로 일대,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지의 2분기(4∼6월) 10층 이상 대형 빌딩의 공실률(空室率)은 3.2%.

이는 임차 기관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차 때문에 생기는 ‘자연 공실률’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빈 사무실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공실률이 낮은 것은 외환위기 이후 도심 재개발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서울에서 사무용 빌딩을 지을 땅이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빌딩 매매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서울 도심의 2분기 빌딩 매매가격은 평당 1028만 원으로 처음으로 1000만 원을 넘어섰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41만 원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박내익 GERE 대표는 “싱가포르 홍콩 등 동아시아 주요 도시의 사무용 빌딩 공실률이 높게는 10%대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시장은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