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변화시킨 리더들의 힘/무굴 판댜, 로비 셸 지음·신문영 옮김/339쪽·1만5000원·럭스미디어
◇ 소호카의 꿈/이나모리 가즈오 지음·김형철 옮김/272쪽·1만 원·선암사
앤드루 그로브 씨에게 생애 최고의 위기가 닥친 것은 1994년 신제품 펜티엄칩을 내놓았을 때였다. 몇몇 인터넷 동호회가 칩에 연산처리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은 ‘나눗셈을 90억 번 할 때 1번 반올림을 실수하는 정도’라고 몇 번이나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의 귀에 크게 들린 것은 ‘90억 번’이 아니라 ‘실수’라는 단어였다.
그로브 씨는 고객에게 끈기 있게 설명하면 결국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인텔은 더는 벤처기업이 아니었다. 사람들을 일일이 설득하기엔 너무 큰 기업이 돼 버렸다. 그로브 씨는 대학 재학 시절 은사에게 배운 교훈인 ‘있는 그대로 돌파하라’를 적용하는 것을 그만두고, 모든 소비자에게 무상교환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하나의 리더십을 배웠다. 새로운 현실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 인텔 회장인 그로브 씨의 이야기다. 그로브 전 회장은 와튼스쿨과 미국 공영방송 NBR가 공동 선정한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 25명’ 중 최고로 꼽힌 사람이다. 이 에피소드는 그가 갖춘 여러 가지 리더십을 보여 준다. 벤처기업에서 대기업을 이루기까지의 뚝심, 변화하는 현실에 속도감 있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태도, 그럼에도 언제나 진실한 마음 같은 것들이다.
무엇이 한 사람을 탁월한 리더로 빛나게 할까. 두 권의 책이 경제·경영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리더들을 분석해 이 질문에 답한다. 와튼스쿨 e메일 잡지 ‘Knowledge@Wharton’의 편집장과 편집주간이 쓴 미국의 비즈니스 리더 25명의 이야기 ‘세상을 변화시킨 리더들의 힘’과 일본 벤처기업의 대부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씨의 에세이 ‘소호카의 꿈’이다.
‘세상을…’은 그로브 전 회장을 비롯한 25명의 리더십을 소개한다.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한 리더’ ‘리스크 관리가 뛰어난 리더’ 등 8개 분야로 나눠 리더들의 인생 역정을 보여 줬다.
‘미디어 제왕’으로 불리는 테드 터너 전 CNN 회장은 엉뚱한 언행으로 유명하다. 리더십도 그랬다. 1985년 종일 만화영화만 나오는 카툰채널과 옛날 영화만 방영하는 클래식 영화채널을 만들었을 때 업계는 조롱했다. 그런데 이들 채널이 사람들에게 먹혔다. 같은 만화영화를 되풀이해서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흘러간 옛 영화를 보면서 추억에 잠기고 싶어 하는 중년 시청자들이 채널을 고정했다. 현금이 쏟아져 들어왔음은 물론이다. 이 책에서는 터너 전 회장이 ‘보이지 않는 시장을 뚫어 본 비전을 가진 리더’라고 평한다.
세계 최대 PC업체인 델 컴퓨터를 창업한 마이클 델 씨. 그의 사업전략은 원가 경쟁력이었다. 중간판매 단계를 없애고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주문을 받아 판매하는 영업채널을 만들었다. 마진이 낮아진 만큼 가격을 낮췄다. 같은 기능을 갖췄지만 저렴한 컴퓨터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델 씨는 책값이 싼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을 만든 제프 베조스 씨와 더불어 ‘싸게 팔아 경쟁력을 확보한 리더’로 꼽힌다.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만든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씨, 엄청나게 빠른 학습능력을 경쟁 무기로 삼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 솔직하고 꾸밈없는 태도를 기업 문화에 적용해 회사의 컬러로 만든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 신개념 PC인 매킨토시를 개발해 1980년대를 휩쓴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 등 리더들의 성공신화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타이레놀 독극물 사태를 맞았을 때 침착하게 대처한 존슨앤드존슨의 제임스 버크 전 회장, 빈곤층에 10달러 정도의 소액을 빌려 주는 정책으로 잘 알려진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설립자 무하마드 유누스 씨 등 상대적으로 언론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던 리더들의 에피소드를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다른 책 ‘소호카의 꿈’은 따뜻하고 차분한 성공 스토리다. 저자 이나모리 씨는 27세에 전자부품회사인 교세라를 세워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경영인이다. ‘소호카(素封家)’란 옛날 일본의 지방에서 살던 덕망 높은 부자를 말한다.
자본금 300만 엔으로 출발한 교세라그룹을 매출액 5조 엔에 육박하는 일류기업으로 만든 이나모리 씨. 그러나 성공한 부자인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소박하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회고하면서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을 좋아하고 회사를 사랑하라고 충고한다. 정열이야말로 성공의 자산이라는 얘기다.
또한 한 가지 일에 열정적으로 매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젊은 시절 우둔하게 보였던 사람이 훌륭한 리더로 성장한 사례를 들면서, 그 분야의 프로가 되고 최고 자리에 오르려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그가 이상으로 삼는 소호카가 되려면 돈만 많이 벌어선 안 되고 덕을 갖춰야 한다. 이나모리 씨는 ‘세상을 위해,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사회사업에 힘써 과학과 문화 증진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교토상을 만들었고, 퇴직금으로 받은 6억 엔을 모교인 가고시마대 등 교육기관에 전액 기부했다.
두 권의 책은 리더들이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성공을 이루는 과정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한편으론 책을 읽고 나면 이들이 단지 비즈니스 리더뿐 아니라 인생의 리더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처음의 질문 ‘무엇이 한 사람을 탁월한 리더로 빛나게 할까’에 대해 두 권의 책은 같은 답을 준다. 열정과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