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에서 온 메신저 말리도마/말리도마 파트리스 소메 지음·박윤정 옮김/541쪽·1만5000원·정신세계사
말리도마는 프랑스 소르본대 박사학위를 가진 아프리카 주술사다. 그의 독특한 이력에는 아프리카의 슬픈 과거가 숨어 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서부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에서 태어난 저자는 네 살 때 프랑스 선교사들에게 납치됐다. 15년간 선교학교와 신학교에서 교육을 받다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가 주술사가 된다.
그는 친서구적 아프리카인을 만들기 위한 교육을 받았으나 되레 서구문명의 오만과 독선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원주민의 문화를 짓밟은 서구문명 역시 위험에 처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파괴했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양쪽 세계를 모두 체험했던 그의 중간자적 세계관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자신이 납치된 것은 아프리카와 서구, 양쪽 세계를 위해 일하라는 운명이었다고 받아들이는 저자. 그는 세계 각국에서 아프리카 구호와 서구인들의 심리치료를 하며 두 세계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이름 ‘말리도마’는 ‘이방인이나 적과 친구가 되다’라는 뜻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