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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논술잡기]‘통계 속의 재미있는 세상이야기’

입력 | 2006-08-12 03:01:00


◇ 통계 속의 재미있는 세상이야기/구정화 외 지음/230쪽·8000원·통계청

“인문사회적으로 이해하고 수리적으로 해결하라.”

이제 태풍의 눈은 ‘통합교과적 사고’에 있다. 교과의 칸막이를 넘나들며 배운 지식을 다른 영역에 전이시켜야 한다. 특히 인문과 수리 사이의 교차 응용이 가장 큰 관건으로 떠올랐다.

사실 따지고 보면 숫자는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사회를 관찰하고 예측할 때 통계는 합리적 판단을 이끄는 지표가 된다. 여론조사와 선거 출구조사는 민심을 읽는 좌표가 되고, 콜금리를 낮추는 국가 정책은 경기 부양을 의미한다. 통계는 복잡한 세상의 미로를 읽어 내는 중요한 열쇠다.

하지만 아무리 중요한들 어렵기만 하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숫자만 떠올려도 골치 아픈 학생에게 수학적 원리 응용은 그 자체로 공포다. 이 책은 통계 속에 담긴 세상의 모습들을 재미있게 안내한다. 만화로 변신한 각종 통계와 그래프를 만나보자. 세상과 수학의 거리가 한층 좁혀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사회 보는 법을 배워 보자. 통계는 개념을 명료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독서량 조사와 독서율 조사는 독서 현상을 다르게 보여 준다. 평균값과 중앙값의 차이는 사회 계층의 구성을 다르게 표현한다. 기준과 변수를 따지는 논리적 해법은 다각적인 세계 이해에도 필수이다.

또한 사회 현실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법도 알 수 있다. 남녀 성비의 불균형을 표현하는 데에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112 대 100으로 족하다. 저출산율을 설명하기 위해 가족 수만큼 사례를 나열할 필요는 없다. 합계출산율 1.08명(2005년)이라는 보고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숫자는 우리에게 인간의 심리도 가르쳐 준다. 박지성은 왜 대학을 그만두고 일본 프로축구팀으로 갔을까. 그것은 기회비용 때문이다. 일본의 교토 퍼플상가 대신 대학에 남는 것은 연봉 5억 원과 약 300만 원의 경기당 출전 수당을 포기해야 하니까.

영화관에 갔을 때 재미없는 영화를 끝까지 보기보다 그냥 나오는 것이 현명하다. 영화가 재미없다고 관람료를 되돌려 받을 수는 없는 일. 한번 지출하고 나면 다시 회수할 수 없는 것이 매몰비용이다. 시험을 못 봤다고 집착하는 것도 합리적 행위가 아니다. 매몰비용 개념은 우리에게 과거보다 미래를 선택하라는 삶의 지침이 되어 준다.

숫자와 통계는 고정관념을 깨뜨려 준다. ‘조삼모사’는 어리석은 행위일까. 현재의 100만 원은 이자율 10%일 경우 1년 후에 110만 원이 된다. 따라서 아침의 100원이 저녁의 100원보다 가치가 더 큰 셈이다.

한마디로 현대사회에서 통계와 숫자는 정책을 세우고 기업 활동을 결정하고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이정표다. 학생들은 이 책을 통해 낯설게 느껴졌던 통계의 세계에 흠뻑 빠져 보길 바란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리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