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인사 청탁하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한 발언은 ‘깨끗한 권력’의 시대를 여는 상징으로 국민의 뇌리에 각인됐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취임한 후 실제 행한 인사는 ‘코드 인사’와 ‘낙하산’ 논란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노 대통령은 “코드 인사면 어떠냐. 그럼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만 쓰라는 것이냐”고 강하게 맞받아쳤다.
노 대통령의 코드 인사 옹호가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나 측근들로 하여금 능력보다 ‘코드’를 우선하는 인사를 문제의식 없이 밀어붙이게 했고, 그것이 이번 인사 외압 파문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마저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 문제를 지적하는 소리가 높아지자 노 대통령은 6일 “그동안 비선정치를 한 적도 없고 특정 측근에게 권력을 과도하게 준 적도 없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코지’ 당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사태가 불거지면서 대통령의 그런 다짐은 더욱 무색해졌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