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남태평양 적도 부근에 있는 섬들인 남양군도(南洋群島)로 강제 동원됐다가 송환된 조선인 명부가 발굴 공개됐다.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유영렬)는 재미 사학자인 방선주(73) 박사가 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찾아낸 문서를 11일 공개했다.
총 3799장으로 이루어진 이 문서에는 1930년대 후반 이후 남양군도로 강제 동원됐다가 1945년 광복 이후 본국으로 돌아온 한국인 1만996명의 명단이 들어 있다.
미국 태평양함대의 군정부대가 작성한 이 자료는 한국 일본 중국 등 국적별로 승선자를 기록했는데 한국인 승선자는 농업 관련자 및 일반인 6880명, 군속(군노무자) 3751명, 군인 190명, 일본 귀환 조선인 175명으로 분류돼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1963년 후생성이 발간한 ‘속속인양원호 기록(續續引揚援護 記錄)’이라는 문서를 통해 남양군도에서 전후 송환된 한국인이 7727명이라고 밝혀 왔는데 이번 자료를 통해 훨씬 많은 사람이 징용됐음이 드러났다.
공개된 명부에는 승선자의 성명과 함께 국적 나이 직업 주소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높은 자료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성균관대 동아시아연구소 윤해동 연구교수는 “굉장히 중요한 자료다.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 정부가 조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긴 하지만 기록이 불완전해 연구에 진전이 없었다”며 “구체적인 명단이 확보된 이상 연구나 보상 문제에서 중요한 증거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남양군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실상에 대한 연구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보상 문제에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