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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극비 소환

입력 | 2006-08-13 19:05:00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과 관련해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최근 검찰에 극비 소환돼 조사받은 사실이 13일 뒤늦게 밝혀졌다.

2000년 6월 법학교수들의 고발로 시작된 이 사건을 6년 여 동안 끌어오면서 '삼성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검찰은 홍 전 회장에 대한 소환 일정은 물론 홍 전 회장이 조사를 받은 뒤에도 소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은 "소환되는 피의자와 참고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을 공개 소환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박성재)에 출석, 1996년 12월 에버랜드가 발행한 CB 125만4777주의 인수를 에버랜드 대주주들이 포기해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녀 4명이 취득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공모했는지 등을 조사받았다. 당시 중앙일보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였다.

검찰은 1998년 이 회장이 중앙일보 주식 51만9000여 주를 홍 전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보광그룹에 무상 증여한 것이 CB 인수 포기 대가였는지와, 1996년 10월 중앙일보가 30억 원 상당의 CB를 발행했을 때 최대주주였던 이 회장이 인수를 포기한 뒤 홍 전 회장이 이를 인수함으로써 중앙일보의 최대주주가 된 과정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은 '에버랜드가 CB를 발행했을 당시 2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었고 환금성도 없어 투자가치가 적다고 판단해 CB를 인수하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1998년 중앙일보 주식을 증여한 것이나 1996년 중앙일보가 발행한 CB를 인수하지 않은 것도 에버랜드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홍 전 회장의 소환이 이뤄짐에 따라 이 사건과 관련해 아직 조사를 받지 않은 이 회장 부자와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등 핵심인사 3명도 오는 24일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박노빈 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 이전에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CB 배정 과정의 사실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입증할 것을 검찰에 요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진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이 상무가 물려받도록 하기 위해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에버랜드 CB 발행 및 실권, 인수에 관여했는지 추궁할 예정이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