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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권’ 환수 왜 지금…대미관계 거꾸로 가는 한국

입력 | 2006-08-14 03:00:00

굳게 손잡는 미일5월 1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미일 안전보장협의회를 마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일본의 아소 다로 외상, 누카가 후쿠시로 방위청 장관(왼쪽부터)이 손을 맞잡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장면1

2006년 5월 미국 하와이 인근 해상.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미 해군 이지스함인 ‘실로’의 수직발사관에서 해상배치요격미사일(SM-3) 1발이 불기둥을 내뿜으며 날아올랐다. 이 미사일은 100km 밖의 대기권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MD)체제의 핵심 무기.

이날 발사된 SM-3는 161km 상공에서 모의 미사일 탄두를 명중시켰다. 요격실험에 참가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이지스함 요원들은 미군 함정에 축하 교신을 보냈다.

#장면2

미군 주둔지로서의 한국과 일본, 괌의 장단점구분한국일본괌동맹국 방위의 필요성○○해당사항 없음지역안정 기여도△◎◎주둔미군 병력의 안전△○◎주둔 여건○◎△주둔국의 재정적 지원○◎△◎높음 ○보통 △미흡
자료: 2005년 일본방위청 산하 방위연구소

두 달 뒤 서울 용산구의 국방부 신청사.

무기 획득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이 ‘2007∼2011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에 필수적인 첨단 감시장비와 정밀타격 무기의 도입 일정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당초 2008년으로 잡혀 있던 고고도(高高度) 무인정찰기(UAV) 도입 계획이 2011년 이후로 연기된 것이 확인됐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고고도 UAV인 글로벌호크의 판매 요청을 미국이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 사례는 미 동맹군으로서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의 위상 차이를 드러내는 하나의 단면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전시작전권을 환수해 ‘자주군대’가 되겠다는 한국군과 미군과 ‘전면적 협력’을 표방한 일본 자위대를 대하는 미국의 태도는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미일 군 당국은 ‘협력’의 차원을 넘어 ‘일체화(一體化)’를 진행 중이다. 그 핵심 고리는 북한 미사일의 위협에 대비한 MD체제의 완벽한 공조다.

2003년 5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MD체제는 일본 방위뿐만 아니라 미일동맹의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뒤 7개월 만에 일본은 MD체제 도입을 결정했다.

이후 일본은 미국과 차세대 SM-3의 공동 개발 및 요격실험을 한 데 이어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의 도입과 일본 자체 생산을 결정했다.

특히 지난달 초 북한의 미사일 무더기 발사 때 미군과 일본 자위대는 이지스함과 X밴드레이더 등 첨단 전력을 총동원한 완벽한 MD체제 공조를 과시해 주변국들을 놀라게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 사태를 계기로 일본이 SM-3와 PAC-3의 배치를 대폭 앞당긴 것은 MD체제를 군사협력이 아닌 미일동맹의 핵심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월 초 미일이 합의한 ‘주일미군의 재배치 최종 보고서’는 양국의 군사적 결속이 앞으로 얼마나 강화될지를 잘 보여 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까지 양국은 주요 육군 공군 사령부를 각각 일본의 자마(座間)기지와 요코타(橫田)기지로 한데 모아 공동 지휘와 훈련체계를 갖추게 된다. 양국 군이 실질적으로 사령부를 공유하게 되는 것.

역대 국방부 장관들은 “일본이 2008년 개헌을 통해 ‘한미연합사’를 본뜬 ‘미일 연합사령부’의 창설을 추진 중인데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하며 정부에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자주국방과 자주군대를 표방한 현 정부에서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에 대한 미국의 ‘차별대우’는 여러 차례 감지됐다.

2003년 6월 미국은 한국의 강력한 반대를 무시하고 한국에 비축된 전시예비물자(WRSA)의 폐기를 통보했다. 그해 4월 미 공중급유기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 항공자위대의 F-15J 전투기에 연료를 공급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또 지난해 6월 일본에 글로벌호크의 판매를 승인한 미국은 ‘반세기 혈맹’인 한국의 판매 요청은 1년 넘게 거부하고 있다.

미국은 또 일본 자위대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의 이지스함과 F-15 전투기 등 미국산 첨단 무기에 탑재된 ‘블랙박스’를 일본 국내에서 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합참 관계자는 “군사기밀의 결정체인 블랙박스조차 넘겨줄 만큼 미국이 일본을 가장 믿을 만한 동맹국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미국을 배경으로 군사대국을 꿈꾸는 일본과 동북아지역의 ‘최대 협력자’로 일본을 활용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일치돼 미일동맹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며 “전시작전권의 환수로 한미동맹이 느슨해지면 한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한미 군사지휘체계가 미일동맹에 예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영화처럼 한일이 충돌한다면…

일본과의 대결을 그린 영화 ‘한반도’에서 작전사령관 역을 맡은 해군제독(독고영재)은 일본과 일전을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안성기)의 전화를 받고 “우리 해군의 전력은 일본 해군전력의 30%”라고 보고한다. 그러나 그는 “전쟁은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배웠다”며 “막아야 한다면 막아 내겠다”고 전의를 불태운다.

2006년 8월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한국과 일본이 군사적 충돌을 벌인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대부분 “객관적인 전력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먼저 해군력을 보자.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 해상자위대는 규모면에서 세계 2위로 평가받고 있다. 종합적인 해군력에서는 4, 5위로 평가받는 세계 최강 해군 보유국 중 하나. 제우스 신이 입은 갑옷을 뜻해 ‘신의 방패’라고 불리는 ‘바다의 방공 요새’ 이지스함 4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구축함은 50척, 잠수함은 3600∼2500t급 23척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해군은 함대함 전투가 가능한 전투함의 경우 △KD-2 구축함(975 충무공이순신함, 976 문무대왕함 등) 3척 △KD-1 경구축함(971 광개토대왕함, 972 을지문덕함 등) 3척 △초계함 22척 등 37척을 보유하는 데 그친다.

공군력의 핵심이 정보·감시능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과 일본의 공군력은 비교가 안 된다. 일본은 E-767 AWACS 조기경보통제기(4대)와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13대) 등 17대를 운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지난달 겨우 미 보잉사의 E-737로 기종을 결정해 2012년이 넘어야 4대의 공중조기경보기(EX)가 도입될 예정이다. 한마디로 우리 전투기가 출격하면 일본에 의해 공중 격추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육군 전력에서만 한국이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보병 수에서 56만 명 대 14만8000여 명으로 3배가 넘고, 전차 보유도 2500여 대 대 1100여 대로 두 배를 넘는다. 하지만 현대전에서는 첨단 전력인 해·공군이 전력의 우열을 가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주국방을 위해 국방비를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주국방네트워크’의 신인균 사무처장은 “현대전에서는 이순신 장군처럼 울돌목을 이용해 승리할 수 없으며 용기만으로 적을 제압할 수도 없다”며 “첨단무기와 장비의 성능 차가 승패로 직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 비교한국구분일본보병 56만 명전차 2500여 대(K-1 1300여 대, M48계열 1200여 대)장갑차 2600여 대육군보병 14만8000여 명전차 1100여 대(90식 300여 대, 86식 800여 대)장갑차 900여 대이지스함 0척구축함 6척잠수함 9척해군이지스함 4척구축함 50척잠수함 23척조기경보기 0대전투기 KF-16 140여 대공군조기경보기 17대전투기 F-15J 200여 대자료: 자주국방네트워크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