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유통원은 정부의 예산 지원이 늦어져 업무에 차질을 빚은 데 대해 “문화관광부는 (신문유통원과) 인식을 함께하고 일을 추진했으나 기획예산처가 예산 집행에 엄격했다”고 밝혔다.
이는 신문유통원 업무에 대한 직무 회피가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을 경질한 이유라는 청와대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신문유통원은 신문법에 근거해 지난해 11월 정부의 예산으로 일부 신문사의 신문 배달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올해 예산은 107억 원이며 이 중 국고로 지원되는 예산이 100억 원이다. 2월 9억5000만 원이 집행됐고, 나머지 90억5000만 원은 당초 예정에서 두 달 정도 늦은 6월에야 지원됐다. 정부 지원이 늦어진 이유는 재정이 열악한 신문사들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신문유통원은 당초 신문사의 자체 투자와 정부의 예산 지원을 연계하는 ‘매칭펀드’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권선준 신문유통원 경영기획실장은 최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마이너 신문들의 형편이 워낙 어려워 돈을 내기가 어려우므로 매칭펀드는 힘들다는 이야기들이 오고 가면서 시간이 걸렸다”며 “결국 100억 원을 다 받았고 지금은 운영이 잘된다”고 설명했다.
권 실장은 “문화부는 매칭펀드를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다며 (신문유통원과) 인식을 같이했는데 기획예산처가 굉장히 엄격했다. 예산을 받아오려면 힘들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또 “문화부가 5년간 1020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는데 기획예산처와 문제가 생겨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혀 국고 지원이 신문유통원이 원하는 대로 쉽게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청와대의 주장과는 달리 기획예산처의 엄격한 예산 집행에 있음을 내비쳤다.
문화부 관계자도 “(국고 지원이 늦어진 이유는) 지원 대상 신문사들의 준비가 덜 된 탓이며 (청와대의 주장처럼) 문화부가 고의로 업무를 회피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도 올해 초 신문유통원 예산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신문유통원은 기본적인 사업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화부 장관이 유통원장을 임명하는 데다 문화부 문화미디어국장이 신문유통원의 당연직 이사를 맡게 돼 있어 문화부가 신문유통원의 재정적 어려움을 방기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화부는 2일 낸 자료집 ‘언론관계법 시행 1년 성과와 과제’에서도 신문유통원에 대해 “자립 경영이 가능한 2010년까지 정책적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