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불법자금 수사를 지휘했던 검찰의 전 고위간부는 지난 주 국무회의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이 확정된 후 '홧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현 정부 출범이후 6번째 실시된 이번 사면 복권에 정치자금 관련비리에 연루됐던 안희정 신계륜 여택수 씨 등 남아있던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측근인사들이 사실상 모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외국에 머물고 있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만이 제외됐을 뿐입니다.
한나라당의 서청원, 김원길 전 한나라당 의원도 끼었지만 구색이었을 뿐입니다.
[3분논평/이동관]“참여정부 사면권 남용, 조폭같은 행태” 동영상보기
이 검찰고위간부는 심지어 주변 사람들에게 "정권이 아니라 조폭집단같은 행태"라며 "작전통제권의 환수를 미국에 요구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사면권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럴 거면 뭐 하러 나라를 뒤흔드는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했느냐"는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때만 해도 측근 사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안희정 씨를 제외시켰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누가 욕하든 말든 내 맘대로 하겠다'는 식이었습니다. 염치도, 눈치도 내 팽겨친 채 밀어붙인 것입니다. 당초 14일로 예정됐던 국무회의를 사흘 앞당겨 11일에 연 것도 열린우리당이 반발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이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사면을 건의했던 재계인사 55명 중에는 단한사람도 사면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당초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던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도 전날 밤까지 오락가락하다가 최종적으로 배제됐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정권의 '정체성'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대통령 측근의 부패는 괜찮다'는 것이 정권의 정체성이라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이번 사면은 기준도 제멋대로였습니다. 정부는 정치인 사면대상자를 '대선자금 관련자'라고 밝혔지만 여택수 전 대통령제1부속실 행정관이나 신계륜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사실상 '개인비리'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이번에 사면된 안희정 씨와 신계륜 전 의원은 요즘 "정권 재창출에 기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이들에 대한 사면이 노 대통령의 대선승리에 기여했다는 단순한 '보은'의 차원을 넘어 결국 정계개편까지 내다본 정치적 포석의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특별사면권은 국민화합 등 필요가 있을 경우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사용하도록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이지, 결코 정권의 전리품이 아닙니다. 사면권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사면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있는 데 대해 청와대는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광복절 특별사면 복권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