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LG는 항상 뭔가 부족한 팀이었다. 왜 전도유망한 신인 선수들은 LG 유니폼만 입으면 꽃을 피우지 못할까. 왜 다른 구단처럼 깜짝 스타가 나오지 않을까. 왜 외국인 선수만 데려다 놓으면 하릴없이 죽을 쑬까.
그런 LG에 요즘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그 중심엔 무명 반란의 주인공 최길성(28)이 있다. 최길성은 2000년 해태에서 방출된 선수. 이후 테스트로 LG에 입단해 5년간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다.
작년에는 2군 홈런왕이 됐지만 시상식장에서 곧바로 트로피를 구단 직원에게 맡기고 다시 훈련을 하러 갔다. 그만큼 그는 오로지 훈련에만 매달렸다.
최길성은 12일 한화 특급 신인 유현진을 상대로 9회말 역전 끝내기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스타로 탄생했다. 역전 끝내기 홈런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19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귀한 기록이다. LG 선수로 따지면 1982년 MBC(LG의 전신)의 최정기가 기록한 뒤 처음이다.
최길성은 그라운드를 돈 뒤 양승호 감독대행과 진한 포옹을 나눴다. 최길성은 귓속말로 “믿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양 대행은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그보다 하루 전인 11일에는 2년차 신예 왼손 투수 신재웅(24)이 1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작년 7월 이승호에 이어 1년 만이지만 신예 투수가 사고(?)를 친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주장 서용빈(35)의 재기 또한 극적이다. 병역비리 파동을 겪고 공익 근무를 한 뒤 올해 복귀한 서용빈은 은퇴 위기에까지 몰렸다. 낮엔 2군 경기를 뛰고 밤엔 1군 경기 참관하기를 4개월. 8월이 돼서야 1군에 올라온 서용빈은 타율 0.171로 부진하지만 3개의 결승타를 쳤다. 10일 삼성전에선 1482일 만에 홈런도 때렸다.
주말 한화와의 3연전을 모두 이긴 LG의 한 관계자는 “최근 10년 동안 우리 팀이 이런 멋진 경기를 한 적이 있었던가”라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요즘 LG 야구엔 재미와 감동과 드라마가 있다. LG의 변화가 ‘찻잔 속의 태풍’을 넘어 새로운 팀컬러로 자리 잡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