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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선진농구 배울 기회인데…

입력 | 2006-08-16 03:01:00


미녀 테니스 스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그는 1987년 시베리아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처음 라켓을 잡았고 6세 때 테니스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는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의 시범경기를 보러 갔다가 감명을 받아 이듬해 미국 유학을 떠났다. 그 후 샤라포바는 세계 정상으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어린 시절의 경험은 일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게 여겨진다.

11일부터 15일까지 잠실실내체육관에서는 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가 열렸다. 이 대회는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스타들로 이뤄진 미국농구대표팀을 비롯해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터키가 출전해 한국과 잇달아 맞붙는 이벤트성 친선경기.

한국 농구의 유망주에게 초청 팀들의 수준 높은 기량을 직접 경험하며 꿈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세계 농구의 흐름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어린 선수들의 모습은 좀처럼 체육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개막전인 한국-터키 전에는 오히려 한국에 전지훈련 온 일본 남녀 고교팀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

그렇다고 고액의 입장권을 구할 수 없을 만큼 연일 매진이 된 것도 아니었다. 15일 한국-미국전을 빼면 평균 관중은 5000명 정도여서 1만 명 수용 규모의 체육관은 빈자리가 넘쳤다. 대회를 주관한 대한농구협회에서 작은 관심이라도 보였다면 중고교 선수들의 단체 견학은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한국농구대표팀 최부영 감독은 “100시간 가르치는 것보다 한번 와서 보는 게 더 큰 교육 효과가 있다. 선수뿐 아니라 프로 팀 프런트들도 다 와서 봐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참가 팀들의 훈련 과정은 대부분 공개돼 농구 선진국의 트레이닝 방법을 접할 수 있었지만 국내 농구인들의 발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WBC는 2007년 한국 농구 도입 100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무대로 마련됐다. 그러나 농구인들의 한바탕 잔치와는 거리가 먼 일회성 행사로 끝난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