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중동 지역에 '오일머니'가 넘치면서 한국 건설업체들이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발주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제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5년 동안 페르시아만 연안 지역에 5000억 달러(약 475조원)의 건설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이 중동에 지어준 석유화학 플랜트시설이 한국 석유화학업계를 공격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란 우려로 유화업계는 부담도 느끼고 있다.
●중동 특수 오나…건설업계 '희색'
중동특수는 한국 건설업체들에게 기회다. 한국업체들은 특히 토목, 건축보다 사업 규모가 크고 건설 노하우가 풍부한 플랜트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석유화학, 정유, 담수화(바닷물을 식수로 전환) 플랜트가 주 공략 대상.
지난해 한국의 대(對) 중동 플랜트 수주는 84억1000만 달러로 2004년에 비해 2.6배로 늘었다. 최근 현대건설이 카타르에서 13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따냈고 이에 앞서 GS건설은 오만과 12억 달러짜리 석유화학 공장 건설 계약을 했다.
주동주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중동 붐을 잘 활용하면 최근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침체된 한국 경제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가 경쟁력에서 부담…유화업계 '난색'
중동을 제외한 세계 유화업계의 원가부담은 최근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원료인 원유와 가스 가격은 오르지만 한정된 수요 탓에 제품 가격을 올리기는 어려운 탓이다.
하지만 원료를 직접 뽑는 중동 지역은 원가가 쌀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중동 지역에서 생산한 에틸렌의 재료비 원가는 t당 198달러 수준인데 비해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 생산 분은 t당 687달러다. 에탄 가스로 생산하는 에틸렌은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원료.
플랜트 건설 붐으로 중동 지역 에틸렌 생산 능력은 2010년 현재의 약 3배 수준인 3300만t 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 만큼 한국 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고홍식 삼성토탈 사장은 "중동의 대규모 신·증설 공장이 올 연말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한국 유화업계가 2~3년 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문권모기자 mike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