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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여배우가 나이 드는 법-샤론 스톤

입력 | 2006-08-17 03:00:00


영화 ‘원초적 본능’(1992년)으로 34세의 나이에 일약 ‘글로벌 섹스 심벌’의 자리에 올랐던 미국 여배우 샤론 스톤. 올해로 48세가 된 그녀는 최근 개봉한 ‘원초적 본능 2’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원초적 본능 2’에는 샤론 스톤이 관능적인 여배우로서 흐르는 세월에 대처하는 태도(혹은 전략)가 드러나 있다. 영화를 통해 그녀는 이렇게 외치는 것만 같다. “나는 절대로 늙지 않아!”

그녀는 세월에 대항해 싸운다.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군살 없는 얼굴과 몸매, 그리고 (신의 도움인지 의학의 도움인지 모르겠으나) 중력의 법칙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굳은 의지로 솟은 가슴을 보여 주는 그녀. 하지만 이런 변화는 성공적일까.

○ 감정 없는 표정만 난무

‘원초적 본능’ 이후 14년이 흘러도 관능미가 변치 않았음을 과시라도 하려는 듯, 그녀는 이른바 ‘섹시하다’고 여겨지는 표정들을 무차별 난사한다.

영화 시작부터 질주하는 스포츠카 안에서 운동선수와 정사를 벌이면서 혀를 날름 내미는 그녀(사진 1-1). 그러나 끓어오르는 욕망과 수컷에 대한 정복욕이라는 ‘진짜 감정’이 증발된 채 ‘표정’만 남은 그녀의 얼굴은 퍼포먼스에 가깝다. 과잉이다. 심지어 “내가 다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라고 말하는 대목(사진 1-2)에서조차 숨 막힐 듯 다가와야 할 표정은 펄(pearl)이 과도하게 사용된 두꺼운 메이크업에 가려져 동물적인 꿈틀거림을 상실했다.

정신과 의사인 마이클에게 “다음엔 내가 누굴 죽일 것 같아요?”라고 묻는 대목(사진 1-3)에서도 그녀의 표정은 관능과 유혹과 승리감과 파괴적 본능이 혼재되기보다는 그저 부담스럽다. 배우의 자기 과신과 조급증이 만들어 내는 현상.

○ 다리 윤곽선은 마르고 건조

배우는 몸의 윤곽선을 통해 존재감을 발산한다. 영화 속 연쇄 살인범인 작가 캐서린(샤론 스톤)이 마이클을 유혹하는 결정적인 순간은 3곳. 마이클을 찾아온 그녀는 △등(사진 2-1) △전신(사진 2-2) △다리를 좌우로 쫙 벌리고 의자에 앉은 모습(사진 2-3)을 통해 유혹한다. 하지만 윤활유가 부족한 듯, 모두 딱딱한 실루엣이다.

특히 의자 장면(사진 2-3)은 ‘원초적 본능’의 명장면(의자에 앉은 채로 다리를 바꿔 꼬는 여주인공)에 이은 회심의 장면임에도, 그녀의 양 다리가 만들어 내는 윤곽선은 마르고 건조해 보일 뿐, 억눌린 욕망이 찐득하게 배어 나오질 않는 것이다.

○ 손끝-발끝 ‘표정’이 부족

농염한 연기를 하는 데 있어 배우의 내면(욕망)이 담겨야 할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는 손끝과 발끝. 샤론 스톤의 ‘끝선 처리’에는 내면 연기가 부족하다. 상대 남자 앞에서 목욕물 온도를 발끝으로 살짝 가늠해 보는 순간(사진 3-1)에도, 안락의자에 누운 채 자신의 다리에 꽂히는 남자의 시선을 즐기는 순간(사진 3-2)에도, 남자의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슬쩍 긁으며 지나가는 순간(사진 3-3)에도 그녀의 발끝과 손끝은 ‘표정’이 부족하다(거미줄 모양의 하이힐도 좀 더 담백한 디자인이었어야 했다).

그녀는 “나는 위험을 즐겨요” “섹스와 폭력, 원초적 본능이 나를 흥분시켜요” “날 때리고 싶어요? 약하게? 아니면 좀 더 강하게?” 같은 직설화법 대사들을 쏟아내지만, 말로 다 때우기 전에 관객이 그걸 피부로 느끼도록 ‘내면 연기’를 하는 데 더 노력했어야 했다.

먹어가는 나이와 정면 대결을 벌이는 샤론 스톤. ‘나는 절대 늙지 않는다’는 그녀의 확신은 오히려 그녀의 정신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그녀가 세월과 화해한다면 훨씬 더 섹시해 보일 수 있을 텐데….

나이를 잊은 ‘섹시 여배우 ’샤론스톤의 모든 것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