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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Talk] 與野 여성정치인들이 보는 ‘전효숙 내정’

입력 | 2006-08-17 10:21:00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후임에 전효숙(55·사법시험 17회) 헌법재판관을 내정했다. 전 내정자가 국회 인준을 통과할 경우 1988년 헌법재판소 출범 이후 사상 첫 여성소장이 된다. 국내 첫 여성 총리에 이은 첫 헌재소장 탄생에 대해 여성 정치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민노당 심상정 의원, 민주당 이승희 의원을 차례로 인터뷰해 전효숙 헌재소장 내정, 여권 신장 방향, 여성리더십, 여성대통령 출현 가능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당·민노당 “의미있다” VS 한나라·민주당 “문제있다”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 탄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장복심(열) : “매우 좋게 생각한다. 그분은 정직하고 소신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바르게 판단하고 행동한다. 어떤 여건이든 눈치 보지 않고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껏 일하는 자질이 여성을 떠나 법관으로서 자격이 있다. 100프로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전여옥(한) : “노 대통령이 전효숙 씨를 여성이기 때문에 내정한 게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여성이기 때문에 총리가 되고 헌재소장이 되는 시기는 넘어서고 있다. 노 대통령은 나머지 1년 4개월 동안 ‘끝까지 꿀리지 않고 가겠다’는 로드맵을 실천하기 위해 가장 충실한 법적인 지원팀장을 임명한 거다.”

심상정(민노) : “그동안 헌재는 보수적이었다. 그런 만큼 비교적 개혁적인 인사로 평가돼온 전효숙 씨가 헌재소장으로 선임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여성이라는 점에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승희(민주) : “국민의 의사를 배제한 채 그런 식으로 인선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는 출범 때부터 대법원과 비교되며 무용론이 끊임없이 재기됐다. 탄핵심판 때는 보수진영에서 필요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국민의 뜻이 배제된, 이런 식의 인선 자체가 헌재의 위상을 흔드는 위기가 될 것이다.”

-전 내정자는 성매매 특별법, 간통죄 처벌과 관련한 반여성적 발언 때문에 여성계에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장복심 : “우려 안 해도 된다. 현행 성매매방지법은 제3자 고발조항을 넣지 못해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고발이 안 들어오고 있잖나. 성매매방지법의 옥에 티다. 그분은 그런 걸 지적했을 거다.”

전여옥 : “성매매특별법이나 간통죄는 여성계만의 이슈가 아니다. 사실 간통죄가 있는 것도 우리나라밖에 없다. 처벌 비율을 보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다. 여러 가지로 볼 때 이번 사안은 여성계의 이슈로 볼 문제가 아니다. 전효숙 씨가 남성이었어도 헌재소장으로 지명했을 거다.”

심상정 : “민노당의 진보적 철학과 가치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대단히 미흡한 인물이다. 특히 여성 관련 사안에 대해서 보수적 태도를 취한 것은 유감스러운 점이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고를 수 있는 차선책 인물로는 평가할 만하다.”

이승희 :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인선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효숙 개인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겠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지위는 현재 어디까지 왔고, 향후 어떻게 향상시켜 나가야 하나.

장복심 : “요즘 여성들이 모든 경제권의 60~70프로를 독점하고 있다. 집이든 부동산이든 여성 명의로 등재하는 비율이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기존 남성 중심의 사회를 하루아침에 잘못됐다고 100프로 고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남성 책임 위주의 사회에서 남자를 바보로 취급하거나 존중하지 않으면 여자도 똑같이 된다. 그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전여옥 : “지금 우리나라 여성들은 원하기만 하면, 노력만 한다면 상당히 예전과 다른 상황에서 살 수 있다. 그런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말해두고 싶은 것은 ‘전효숙 문제’를 ‘여성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거듭 말하지만 전효숙은 노 대통령이 자신의 통치 기반에 충실한 법적 지원팀장이 필요했기 때문에 지목한 거다.”

심상점 : “최근 정치 참여나 직업 기회의 폭이 크게 확대돼서 여권신장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작년 통계청 통계 자료를 보더라도 신규 고용 인력의 90프로 가까이가 비정규직이다. 여성 내부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땀 흘려 일하는 다수 여성과 가사노동 여성의 인권을 신장하고 여성들의 사회 활동 폭을 더욱 넓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승희 : “아직 더 향상돼야 한다. 특정 영역에서 여성 권위가 신장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소외된 영역들이 많다. 그런 쪽에서는 여권 신장 운동이 계속돼야 하다.”

-21세기가 요구하는 ‘글로벌 여성 리더십’은 무엇인가.

장복심: “요즘은 여성이 남성처럼 움직여서 똑똑하다, 멋있다는 소리를 듣는 시대가 아니다. 가장 여성스러운 게 남성도 이기고, 리더로서 인정도 받을 수 있다. 여성스러운 여성성뿐 아니라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소양, 도덕성, 소신 있게 실행하는 실천력, 성실성을 갖춰야 한다. 정치도 감투만 끼고 앉아 일도 안 하고, 속 다르고 겉 다른 남자보다는 여성들이 성실하게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여옥 :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교육을 많이 받고, 좋은 환경에 노출된 적이 없다. 이제는 남녀로 가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남자나 여자나 얼마나 성별을 초월해서 서로 협조 체제를 구할 수 있고, 인간적인 유대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심상정: “정치리더십 등 리더십도 분야에 따라 다르다. 헌법재판소장의 경우 헌법에 대한 시대정신을 담는 해석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21세기는 노동, 환경, 여성, 인권, 평화 등 인류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시대다. 그런 가치를 존중하고,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승희 : “남녀를 구분해서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남녀를 구분할 필요 없이 각자가 해당 분야에서 전문적인 식견과 인격적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은 언제쯤 나오리라고 생각하나.

장복심 : “여성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하면 꼭 박근혜가 돼야 된다는 식으로 곡해될 수 있기 때문에 얘기할 수 없다. 다만 때가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다.”

전여옥 : “미국보다 더 빨리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심상정 : “빠른 시일 내에 나오기를 기대한다. 국무총리의 벽도 깨졌다. 마지막 성역인 대통령도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능력 있는 리더십을 갖춘 여성 대통령이 하루 빨리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승희 :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준비는 돼 있다고 생각한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